그중 판단기능을 다루는 부분은 사고(Thinking)형과 감정(Feeling)형으로 나뉜다. 사고(T)형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감정(F)형은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호되게 혼난 친구가 "상사가 나를 못살게 군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그럼 F형은 그 부장을 같이 욕해주겠지만, T형은 아는 노무사를 소개해줄 것이다.
T형인 나도 '공감능력제로'라고 불리며 여자친구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뭇매를 맞곤 했다. 뭇 T형들이 모두 공감능력제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F형보다는 공감을 못 하는 이들로 MBTI 신봉자들 속 빅데이터에 남아있는 듯하다.
그런 T형에게도 장점은 있다. 문제를 직시하고 빠르게 대책을 찾아낸다는 점이다. 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들이 취업과 연애를 못 하고 있다며, 결혼은 또 어떻게 하냐며 곡소리를 낼 때면 못내 이런저런 방안을 찾아보는 척하고 있다.
이런 20~30대에게 한국은행 수장이 지난 13일 금리 인상을 발표하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지금 세대는 연 3% 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거로 생각했겠지만, 지금 경제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다"며 "이런 위험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말은 대책일까 공감일까. 그의 당부가 대출을 받아 신혼집을 마련한 부부에게, 은행의 도움으로 창업을 시작한 청년에게 도움이 됐을까. 당장 대책 마련이 어렵다면 차라리 진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면 어땠을까. MBTI에서 판단기능을 다루는 부분은 사고(T)형과 감정(F)형으로 나뉜다고 했다. 갑자기 한국은행 총재의 MBTI가 궁금해졌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교육부 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