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광주·수원 등 경기도 내 지역농협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안성에서도 수억원대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안성 고삼농협에 따르면 최근 소속 직원 2명을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40대 직원은 올 상반기에 잡곡을 매입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5억여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해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잠적한 직원의 행방을 쫓고 있다. 농협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범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주의 한 농협에서는 지난달 30대 직원이 5년 동안 최소 70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직원은 매입 재고자산을 실제보다 수십 배가량 부풀려 회사에 구매금액을 요청한 뒤 실제 매입에 쓴 돈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을 본인 혹은 차명계좌로 빼돌렸다고 한다. 내부 회계시스템이 정상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이밖에 광주시 오포농협 직원은 50억원을, 수원 축협 직원은 7억원을 빼돌리는 등 횡령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 돈을 빼돌려 코인에 투자하거나 도박을 했다 탕진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직원 수십 명에 불과한 지역 단위농협에서 수년간 수십억원이 사라지는 금융사고가 왜 조기에 적발되지 않는가.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꼬리를 무는 이유는 뭔가. 조합원 선거로 선출되는 단위농협 조합장은 장기집권하는 경우가 많고, 임직원 상당수도 장기근속자들이다. 비상임조합장의 경우 3선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내부 통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의 부실한 관리·감독 기능도 사고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미봉책이란 게 농협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협조합장들은 중앙회장과 임원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위농협을 관리·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는 수술이 아닌 임시처방으로 구조적 모순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직원들은 다양한 수법으로 취약한 내부 감시망을 농락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사고 다발 금융기관이란 오명이다. 농협인들의 자정노력과 체질개선을 위한 고강도 처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농어촌 서민 금융의 근간인 농협의 처지가 말이 아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