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경연
경기도교육청 '장애학생 진로드림 페스티벌'에 참가한 발달장애인 지훈(가명)씨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경연 도중 실수를 했지만 끝까지 커피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2022.7.21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최근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만큼은 아니더라도 자녀들이 남들처럼 직업을 갖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천재적인 암기력 등 변호사로서 업무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극 중 우영우에 대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의견은 달랐지만 그러한 바람만큼은 같았다.

하트 대신 소용돌이 모양 카페라떼
서빙하다 커피 흘렸지만 애써 침착
사회 일원으로 나아갈 준비 구슬땀


21일 오전 '경기 장애학생 진로드림 페스티벌'이 열린 의정부 송민학교. 발달장애인 지훈(가명)씨는 긴장된 표정으로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앞치마를 입은 채 커피머신 앞에 선 그는 주위를 살폈다. 지훈씨는 선서하듯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경연 시작을 알렸다.

라떼아트를 완성하는 건 그에게 쉽지 않았다. 우유 거품을 커피잔에 조심스레 부어봤지만, 잔에는 하트 모양 아트가 아닌 소용돌이가 생겼다. 지훈씨는 서빙하던 중 커피를 흘리는 실수도 했다. 그는 당황한 듯 잠깐 멈칫했지만 커피를 서빙하면서 심사위원과의 눈 맞춤은 잊지 않았다. 그렇게 30여분간의 심사가 끝났다.

경연 이후 지훈씨는 오히려 무던했다. 지훈씨는 "오랫동안 연습했다"며 수줍은 듯 짧게 소감을 전했다. 지훈씨 어머니는 "기회가 된다면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해보려고 한다"며 "3월부터 1주일에 두번씩 수업하며 연습했다"고 했다.

바리스타 경연에 참여한 양주 덕현고등학교 수연(가명)씨도 비슷한 시각 경연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비장애인들과 겨뤄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이날에도 무리 없이 경연을 마무리했다.

수연씨 담당교사는 "올해 초 대회 개최 소식을 접한 뒤 틈날 때마다 준비했다. 1주일 전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인데 현실과는 다르다.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갔을 때 오히려 기대감을 심어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소소한 불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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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장애학생 진로드림 페스티벌'에 참가한 발달장애인 지훈(가명)씨는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경연 도중 실수를 했지만 끝까지 커피잔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2022.7.21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현실은 다른데… 괜히 기대할까봐"
드라마가 되레 걸림돌 될까 염려도


지훈씨과 수연씨처럼 직업을 가지려는 발달장애인들이 늘고 있다. 발달장애인이 사회 일원으로 함께 살아갔으면 한다는 게 이들 부모의 바람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발달장애 학생 부모는 "물론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연습하다 보면 분명 더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직업을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런 사회적인 요구에 맞춰 시작한 경기 장애학생 진로드림 페스티벌은 올해로 50회를 맞았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경연장을 만들어 주고 미래 설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장애 학생이 가진 직업 기능 역량을 펼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