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소재한 K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박모(29)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신사동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박씨는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달리 처음부터 목표를 중소기업으로 잡고 프로그래머로 경력쌓기에 나섰다.
박씨는 만 3년이 되는 내후년에 실무경력을 살려 이직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을 준비하는데 2~3년 정도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일찍 중소기업에 들어간다면 경력과 재정적 여유가 생긴다. 경력을 쌓아서 대기업으로 옮겨 갈 수도 있다. 취직을 일찍 한다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박씨는 중소기업 취업 장점을 소개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공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채용규모를 늘리고 나서 채용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도 박씨처럼 중소기업 취업에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는 등 예전과는 다른 취업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잇단 공채 축소·폐지
수시채용 늘자 경력 쌓기 나서
대기업 잇단 공채 축소·폐지
수시채용 늘자 경력 쌓기 나서
24일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원수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인사담당자(726명)를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89%가 '하반기에 인력 채용을 한다'고 답했다.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들이 예상하는 고용 규모는 평균 11명 정도로 집계됐다.
반면 대기업은 잇따라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 중 공채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곳은 삼성이 유일하다. LG, SK그룹 등은 채용방식을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바꿨다.
기업들이 공채 제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이론보다는 실무능력을 평가해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취업준비생들에게 대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72.3% "스타트업도 취업 의향"
2.2%만 선호했던 8년전과 대조
이 같은 이유에서인지 취업준비생들의 시선이 중소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5월 구직자 1천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취업 설문조사에서 72.3%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취업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고용노동부가 지방대 취업준비생 1천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66.7%가 대기업을 희망했고, 단 2.2%만이 중소기업을 선호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8년 만에 취업준비생들의 취업 전략도 변한 셈이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