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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
우리는 최근 당대 최고의 방송 MC 2명을 잃었다. '몇 대 몇'의 대명사 가족오락관의 허참과 최고령에 최장수 프로그램 전국 노래자랑의 송해 별세 소식이었다. 허참은 25년, 송해는 무려 34년 동안 외길을 걸었고 전국 MC 기네스북까지 올랐다. 스타일은 좀 달랐지만 가족오락관은 마지막 한판 대결에 집중도를 끌어올려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선을 잡았다.

일요일 정오, '시그널 송'과 함께 안방에 퍼진 전국노래자랑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어색해 보일 때도 있지만 감미로운 선곡과 율동에 빠지다 보면 가끔 기성 가수 뺨치는 '동네 스타'가 나올 때도 잦다. 미스터트롯의 영웅 정동원, 이찬원도 다 전국노래자랑 출신이다. 각박한 세상 재미있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에 양념을 쳤던 명 MC의 역할은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정부·대통령실, 尹대통령 '원맨쇼(?)'에 의존
국정 기획·홍보 담당 홍보라인 허점투성이


윤석열 정부를 얘기하려다 서설이 길었다. 예능과 정치는 반대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정치도 예능으로 녹여내면 시너지가 더 클 때가 있다. 굳이 가치 지향하는 정치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예능을 갈라놓지 말자는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윤 대통령이 '장관 스타'를 제안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심지어 자신이 안 보인다는 소리를 들어도 좋으니 정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알리라고 주문했다. 사실 이런 주문은 취임 초부터 강조해 왔었다.

그러나 국정 지지율이 바닥(30%대 초반)을 칠 때까지 정부나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원맨쇼(?)'에만 의존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강직하고 '만기친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학 졸업 후 사회생활이라곤 사법고시 9수와 검사 26년이 전부다. 그럼에도 참모들은 정치 초년생의 경험 부족을 방관한 채, 지지율 최악의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난맥상도 방임해 왔다.

뻣뻣한 자세와 언행에 대해 '역린'을 건드릴 수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오만하게 보이거나, 대중에 맞서는 모습에 부정은 더 쌓여 갔다. "과거 정부와 비교해 보라"며 역정을 내는 모습에는 지지층마저 상처를 입었다.

성과로 보여 주겠다는 자신감에 차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인가. 그의 이런 자세를 견제하지 못하고 방임해온 참모들의 기능에 대해 호사가들은 비서실의 무능과 책임론을 제기하며 인사 쇄신을 요구한다.

대통령실의 모든 일을 조율해야 할 김대기 비서실장은 존재감이 떨어져 '옛날의 김대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무라인은 직제를 만들 때부터 기능을 축소한 '원죄'가 있다. 국정 기획과 홍보에 전념해야 할 홍보라인은 허점투성이다. 홍보기획 비서관은 아직 공석이고, 그 이유에 대해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김건희 여사가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은 그래서 설득력을 더한다.

할 일 많은데 '장관스타'만으로 난제 못 풀어
'국민대통합과 경제회복 위한 결단' 내려야


'언어의 마술사'로 대중을 휘어잡아야 할 대변인은 '선택적 질문'을 선호한다는 소문이다. 위기 돌파력도 부족해 보인다. 처리 미숙에 세련미는 더 찾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춘추관에서 이름이 바뀐 국민소통관실은 용산으로 이전해 '같은 건물을 쓴다'는 이유로 아예 기자실과 차단돼 있다. '공간이 생각을 지배한다'며 국민 속으로 들어간 용산 청사라지만 정성적인 소통은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글로벌 공급망 부족과 고금리에 고물가로 빚어진 경제 사정은 더 악화해 있다. 추락한 국정 지지율을 반등시키기엔 기능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급한 데 '장관 스타'만으로 난제를 풀어갈 수 없다.

정권 초기 국정 지지율이 30%대라면 이건 대증요법으론 한계가 있다. 환부를 도려내는 기교가 필요하다. 전면적으로 조직 개편을 해야 한다. 8·15 광복절과 취임 100일을 맞는 8월 어느 날 윤 대통령 스스로 그간의 일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국민 대통합과 경제회복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슬아슬한 몇 대 몇 게임 보다 서민의 마음을 잡았던 전국노래자랑의 '딩동댕' 소리를 듣고 싶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