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검토하는 데 대해 소상공인, 마트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골목상권과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인 만큼 폐지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국민제안'을 통해 접수된 사안 중 관심이 높은 10개를 선정하고 이 중 상위 3개의 우수 제안을 온라인 국민투표에 부쳐 국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25일 기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가장 많은 4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국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대형마트는 0시~8시까지는 운영하지 못하고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최근 온라인 유통 발전으로 해당 규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트노동자들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장해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노조 경기본부는 26일 오전 수원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마트노조 "노동자 건강권·휴식권 침해"
소상공인 "정부가 대기업 숙원 현실화"
이날 장경란 마트노조 경기본부장은 "대형마트 연중무휴 영업은 재래시장, 중소상인에게 위협이 됐을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침해한다"며 "마트노동자들의 건강권, 휴일을 지키기 위해 국민제안 투표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들 역시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년째 수원의 한 대형마트 근처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8)씨는 "대형마트 휴일에는 매출이 20~30%는 증가해 물품들을 더 떼온다"며 "불과 300m 거리에 대형마트가 있다. 가뜩이나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주말에 다들 밖으로 나가서 매출이 줄었는데, 의무휴업까지 폐지하는 건 소상공인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도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대기업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들도 규제의 취지를 고려하면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수원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박모(54)씨는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규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만큼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