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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장
인천 송도 갯벌 인근에서 저어새 서식이 확인된 건 2009년 상반기였다. 송도 갯벌과 가까운 남동구 남동유수지 내 인공섬에서 멸종위기 1급의 보호 조류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2쌍이 확인된 것이다. 이전까지 저어새는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북서쪽 방향으로 20~30㎞ 정도 떨어진 강화 남단 갯벌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었다.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에서 서식하는 저어새가 도로공사나 사람의 인위적 간섭 등 주변 여건이 열악한 남동유수지를 택한 건 그만큼 안전한 번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라는 평가가 나왔다.

저어새의 송도 갯벌 서식 확인은 같은 해 하반기 인천대교와 가까운 송도 6·8공구 주변 송도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 습지보호지역은 건축물의 신·증축, 모래·자갈·광물 채취, 동·식물 도입·경작·포획 등이 제한된다. 둑을 쌓아 수량이나 수위를 조절할 수도 없다. 이를 지정한 건 인천시였는데, 당시 시는 "지자체가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한 건 전국에서 처음이다", "타 시도에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활동가들 사이에선 "저어새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 나타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송도 11공구 매립 과정에서 갯벌 훼손 논란이 컸었는데,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정부 측의 매립 허가 조건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인천시가 지정한 이 습지보호지역은 2014년 람사르습지 등록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람사르습지는 생물·지리학적 특징이 있거나 희귀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돼 국제 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따라 등록된 습지를 의미한다.  


'도로개발 논리 vs 환경논리' 정면 충돌
다행히 민관협의회 구성 대안노선 합의


저어새 서식이 확인되기 한 해 전인 2008년. 송도국제도시 해안선 일대를 지나도록 돼 있던 한 도로가 육지 노선에서 해상 교량 노선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이다. 이 도로는 2003년께 재정경제부 고시에 처음 등장했다. 송도국제도시의 인구 증가와 주변 도로의 물동량·교통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해 도로계획이 수립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천시의 노선 변경 요청 이유는 '효율적인 토지이용과 도시 경관확보'다. 인천시가 정부에 도로 노선 변경을 요청하게 된 정확한 배경은 지금으로선 알기가 쉽지 않지만, 애초 그 도로가 지나려던 자리엔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또 다른 개발사업 계획이 수립 중이다.

총 19.8㎞ 길이의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인천~안산 구간 도로 건설이 본격 추진된 건 2018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을 인정받으면서부터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등 도로 건설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 도로 건설 시 습지보호지역이자 람사르습지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게 핵심이었다. 도로건설이라는 개발 논리와 습지보호라는 환경 논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다행히 전문가, 환경단체, 주민, 인천시의회 의원, 인천시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가 지난해 구성돼 대안 노선에 합의했다. 도로가 '간조 시 갯벌이 드러난 구역' 바깥에 건설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애초 계획보다 200~1천m 정도 바다 쪽으로 가까워지게 되는데 사업비는 약 6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습지보호지역 해제 국토부 요구 재논란
인천시, 어떤 해법 강구해 낼지 궁금하다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는 총연장 약 260㎞ 정도로 오는 2026년 인천~안산 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인천~안산 구간만 남게 되는 것인데 풀어야 숙제가 여전히 많다. 송도국제도시 주변 도로가 늘어나는 교통량으로 이미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로 건설이 절실하다. 갯벌 등 습지를 보호하는 일도 중요하다. 천연기념물 등의 서식지로, 최근엔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인천시에 습지보호지역 해제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도로 노선을 해상으로 변경하자고 한 것도, 그 도로가 지나게 될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인천시다. 인천시가 어떤 해법을 마련할지 궁금하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