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국회의장실에 들어선 기자의 시선을 잡은 건, 의장실 백드롭에 위치한 정조대왕의 능행차도 병풍이었다. 능행차도는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찾기 위해 방문하던 길의 모습과 왕을 수행하는 인파의 행렬을 담은 화폭으로 수원의 상징이다.
김 의장의 지시로 능행차도를 의장실에 펼친 데는 수원에 대한 자긍심 외에도 민의 수렴을 위한 의지도 담겨 있다. 능행차는 정조대왕이 백성들의 생활상을 살피고, 민초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해결해 주는 소통의 장이기도 했다.
'수원 자긍심' 담은 병풍 시선 이끌려
외국사절 예방시 한국역사 알리기도
그는 최근 능행차도를 전직 의장단에 소개하며 수원의 역사를 알리기도 했다. 김 의장은 "제헌절에 전직 의장단이 오니까 당연히 능행차도를 가장 먼저 화제로 올리더라"면서 "그래서 수원 화성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거중기를 만들어 2년 만에 완공했고,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어 "이렇게 해놓으니 외국 사람(사절)들이 와서 보게 되고, (우리나라가) 600년 전에 왕이 저렇게 큰 규모로 행차할 정도로 역사가 깊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김 의장은 의장 취임 이후 수원의 우만동 아파트를 비우고 서울 한남동 의장 공관으로 이사한 근황도 소개했다. 4천세대가 넘는 수원 아파트에 경호원이 배치되다보니 주민들에게 피해로 돌아가 서둘러 공관으로 이주하게 된 사연이다.
공관으로 옮기면서 일상이었던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못하는 대신 공관을 둘러싼 매봉산을 매일 오르내리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고, 정상에서 내려 보이는 한강의 풍광을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