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 17대 국회부터 내리 5선을 지내면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오랜 시간 경기도와 수원 정치권의 '어른' 역할을 도맡아 하면서 당내 입지와 위상도 높아졌다.
수원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답게 그의 집무실에는 화성의 상징인 8폭짜리 '정조대왕 능행차도'가 활짝 펼쳐져 내방객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대형 산수화가 걸렸던 직전 의장실 풍경과 달리 '수원 냄새'를 풍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수원지역 정치인에서, 수원과 경기도의 상징으로 거듭난 김 의장을 만나 향후 2년간의 국회 운영방향을 들어봤다.
# 어떤 성과 낼 것인지, 목표는
의장 선출 못하면 국회는 공백
후반기 의회 정확히 언제 여는지
국회법 개정해 강제 조항 둬야
김진표 의장은 먼저 "저를 믿고 다섯 차례나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신 지역구민과 수원 특례시민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어 '다수당의 5선 이상 국회의원'이라는 국회의장 최소 조건을 언급하고 "결국 경기도민들이 우리당 의원들을 많이 당선시켜주시고, 특히 중진의원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존경하는 문희상 전 의장님뿐만 아니라 국회의장을 지내신 선배님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수원시뿐만 아니라 경기도, 나아가 전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민생문제 해결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어떠한 성과를 낼 것인지, 목표가 무엇인지 묻자 김 의장은 힘겨루기 하느라 국민들에게 걱정거리가 된 국회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회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며 "특히 지금처럼 민생경제가 어려울 때 여야가 경쟁하고, 대립과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난센스다. 지금은 서로 협력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김 의장은 내친김에 국회의원들의 정치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질책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회가 지금까지는 이상하게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키고, 심지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없는 갈등도 만들어내는 정치를 해 왔다"고 지적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여야가 협치할 수 있다. 국민 100%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70~80% 국민들이라도 만족하는 그런 법안, 예산안, 그런 민생대책을 꾸준히 양산하는 과정에서 협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당선 첫 일성에서 밝혔던 것처럼 국회법 개정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현행법은 전반기 국회 첫 임시회를 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이라고 정하고 있지만 후반기 의장 선출 시한은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 않다"면서 "의장을 선출 못 하면 국회는 완전히 공백상태에 빠지게 된다. 나라에 비상한 상황이 생겨도 국회가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국회법을 개정해 후반기 국회도 정확히 언제 열어야 한다는 강제조항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소야대 상황서 의장 역할은
각 상임위 의원들 역량 발휘
대화·타협으로 시의적절 입법
혈세 낭비 않도록 여건 마련
여소야대로 갈등이 많은 상황에서 국회의장의 역할을 묻자 '삼권분립', 국회의 견제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국회의장의 자리는 삼권분립이라고 하는 민주주의 원칙을 반드시 살려야 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행정부가 만들어준 법을 통과시키는 역할만 한다'는 뜻의 통법부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번 국회는 여소야대인 만큼 특히 각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자기들의 역량을 제대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고 시의적절한 입법은 물론, 예산안 편성·의결과정에 충실하게 참여해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5선 국회의원으로서 계파 간 신경전이 끊이지 않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의장이 되면서 당직이 없어졌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참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한 뒤 "침묵하는 국민, 좌우 어느 쪽에도 편중되길 싫어하는 중도층 국민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김 의장은 여야 갈등을 내재한 검찰개혁안에 대해서도 얼버무리지 않고 분명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저는 2011년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시절부터 검찰 개혁에 앞장섰던 사람"이라고 한 뒤 "검찰개혁은 검찰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공정사회를 만드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삼권분립의 취지 아래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검찰에 대한 개혁 논의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병석 전 의장의 중재 하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간 검찰개혁안이 합의를 이뤘던 것이 뒤집힌 것에 대해서도 "이때부터 여야의 신뢰가 무너졌고, 법안통과를 놓고 신경전이 이어졌으며 법사위원장 임명을 놓고 긴 시간동안 평행선을 달렸다"고 진단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여야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화 광해의 대사에 나오듯 '정치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여당과 야당 사이 쟁점이 발생할 시 단순히 알아서 합의해오라고 시키지 않고 양방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율을 하겠다. 오죽하면 내 별명이 '미스터 튜너(Tuner)'겠나"며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맡았을 때 얻은 조율사 별명으로 여야 갈등 중재에 자신감을 보였다.
# 35년된 헌법 개정 당위성 역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극복 필요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적 열망
사회적 합의 끌어내 완성하고파
35년 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역설했다.
그러면서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등 국민적 열망을 수용해 나라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이어 "의장임기 동안 여야 정치권은 물론 학계, 전문가,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사회적 합의로 반드시 개헌 완성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통법부'에 반대되는 '견제와 균형에 나서는, 일하는 국회'를 강조함과 함께 김 의장은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 강화'를 통해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국민의 국회를 만들고, '국회 중심의 공공외교 강화'로 기후 환경 에너지 평화 등 국내외적 현안에 대해 국회가 적극 나서는 외교를 펼침으로써 '일하는 국회'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정의종·김연태·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Who is 김진표
▲1947년 황해도 연백군 출생
▲17·18·19·20·21대 국회의원
▲2003년 2월~2004년 2월 제6대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2011년 5월~2012년 5월 민주당·민주통합당 원내대표
▲2017년 5월~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
▲2020년 10월~2022년 7월 한일의원연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