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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경제산업부장
규제를 혁신하겠다고 야단이다.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초기엔 '규제개혁', '규제혁신'이라는 기치 아래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규제혁신에 강한 의지를 표하고, 실제 성과로 이끌기 위해 전방위적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규제혁신TF'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 규제혁신과제 50건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규제혁신은 한 두번의 이벤트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그리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시대적 과제"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의지 때문일까. 최근 만난 중소기업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규제 혁신에 대한 책임감을 넘어 상당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중소기업의 규제 해소와 관련된 사안은 늘 현안이었다. 그런데 사례를 더 찾아내고 성과를 만들어내라 하니 없는 규제라도 만들어 해소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정권마다 '규제 개혁·혁신' 강한 의지 드러내
尹정부 '신발속 돌멩이'… 현장선 관망입장


규제와 관련해서 이번 정부만 목소리를 키웠던 것은 아니다. 대표되는 표현만 달랐을 뿐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일념은 같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표현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신발 속 돌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3월 SNS에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한 이후 현 정권들어 규제 혁파에 대한 표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전봇대가 등장했다. 목포 대불공단의 기업인들은 대형트럭이 오가는 길목에 위치한 전봇대로 위험에 노출됐다. 이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대통령(당선인 시절)이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3일 만에 전봇대가 뽑혔다. 이후 MB정부에선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는 것이 대표적 표현이 됐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를 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로 표현하고, 이를 제거하는 규제 혁신을 추진했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신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 면제·유예)라는 대표적 제도를 통해 규제 개선을 표명했다.

아무튼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선 기대감이 현재로선 크지 않아 보인다.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기업들 "정치권 눈치보기·생색내기식 신물"
과도한 규제 '경제발전 걸림돌' 시대역행 우려


한 기업인은 "우리 입장에선 수도권에 입지했다는 이유로 공장 확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열악한 상황을 감내해야만 하는 수정법(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당장 가능하겠나. 정치권에서 눈치 봐야 하고, 작은 규제 몇 개 풀어놓고 생색내는 식은 지겹게 봐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년 전 소비자 중심의 모빌리티 혁신을 이끌 것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렌터카 기반의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 규제 혁신의 대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였으나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택시업계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정부가 눈치를 보는 사이 소송이 이어졌고,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까지 만들어져 사업은 좌초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택시대란이 계속되자 도입을 재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은 씁쓸함을 남긴다.

선진국에선 활용률이 높은 서비스 로봇이나 원격의료도 국내는 각종 규제로 인해 사정이 다르다. 수원 광교(앨리웨이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 '딜리'는 1만5천㎡ 남짓한 앨리웨이 일대를 벗어날 수 없다. 시범사업으로 운행구역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지금 국제정세를 보면 '각자도생' 분위기다. 영원한 우국도 적국도 없다. 자국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혈안이 돼 있고, 규제는 장애물일 뿐이다. 과도한 규제가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시대를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윤희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