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인일보 보도로 알려진 유통 대기업과 납품 협력사 사이의 유통 수수료 갑질 논란은 대중의 관심과 당국의 감독 사각지대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행위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화성에 있는 김치 제조업체 (주)토속은 2014년부터 김치를 납품해 왔던 (주)현대그린푸드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가 30~40%의 유통마진과 별도로 '에누리'라는 물류비를 강제했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봐도 이상하다. 제조업체로부터 납품받은 제조물을 유통시키는 유통업체의 수익은 유통 마진이 전부일 것이다. 유통마진 자체가 유통 비용과 업체의 수익을 포괄하는 개념일텐데 별도의 물류비용을 강제했다니 그렇다. 토속의 주장대로라면 현대그린푸드는 사실상 납품수수료와 최종 배달비용을 분리해 받아 온 셈이다. 토속 입장에서는 김치 납품으로 비용과 별도로 현대그린푸드의 유통 비용까지 부담한 것이다. 유통의 기본이 무시된 거래구조다.

이상한 것은 토속이 사업장 인근의 최종 거래업체에 직접 배송을 해도 4~5%가량의 '에누리'를 현대그린푸드에 치렀다는 점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비용 한 푼 들이지 않고 이익을 낸 것이다. 토속은 2014년부터 납품 수수료인 유통마진 말고도 에누리로만 부담한 비용이 13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또 현대그린푸드가 사실상 강제하는 에누리 요율을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꾸몄다고도 한다.

현대그린푸드의 반박은 간결하고 명료하다. 에누리는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이자, 유통 대기업들의 관행적인 수익구조라는 것이다. 계약이 부당하면 해지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법적으로 재반박이 어렵다.

하지만 납품업체로부터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대기업의 꼼수가 엿보인다. 유통마진만으로 최대의 수익을 올릴 경우 납품업체의 반발과 사회적 비난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수익구조를 분할한 것으로 짐작된다. 최종 소비자를 장악한 유통 대기업은 제조업체의 슈퍼 갑이다. 이익구조를 마음대로 설계해 납품업체를 죽지 않을 정도로만 연명시키며 최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상식 수준의 유통마진을 보여주고 내부적으로는 에누리 같은 수익구조로 중소 제조업체를 쥐어짜는 꼼수가 공정거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에누리가 강제됐다면 큰 문제이고, 이것이 업계 관행이라면 공정위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