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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 휴가철이 본격 시작되면서 유기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 내 한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2.8.2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2일 평택시 진위면 한 컨테이너 안 120개 철제 케이지 속에 동그랗게 눈을 뜬 유기견들이 자신을 찾아올 보호자를 기다리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운 사람이 컨테이너에 들어서자 강아지들은 케이지 벽면에 두 발을 올리고 혹여 보호자일까 주의를 집중했다.

120개 케이지 중 70개가 차 있는 상황. 이곳 평택시동물보호소에는 하루 4~5마리씩 유기동물이 들어오고 있어,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열흘이면 이곳도 포화 상태가 된다.

유기견뿐 아니라 들개, 들고양이, 유기묘도 10여 마리가 있고 때에 따라 닭, 토끼, 새가 들어올 때도 있다. 평택시동물보호소 측은 "오늘은 들고양이 4마리가 보호소에 들어왔다. 하루에 4~5마리 정도가 꾸준히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휴가철 유기 급증… 민원도 늘어
평택보호소 케이지 절반 이상 차
주인 인도되거나 분양 40% 불과

"장기 휴가시 위탁시설에 맡기길"


이런 상황은 휴가철에 절정을 맞는다. 1주일 정도 장기 휴가를 가면서 '짐'이 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도내 휴가철 관광지 중 하나인 대부도를 품고 있는 안산시 반려동물팀 관계자는 "평소에는 대부도 쪽에 유기·유실동물 관련 민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휴가철에 민원이 증가해 30~40건이 들어온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반려동물 등록 제도를 개선하고 보호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유기·유실동물 보호기간은 10일이다. 이때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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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름 휴가철이 본격 시작되면서 유기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 내 한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기다리고 있다. 2022.8.2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다만, 실제 안락사 집행까지는 법정 기간보다 시일이 걸리는 편이다. 이날 찾은 평택 보호소에서도 법상 보호 기간이 지난 동물이 40%나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발생한 유기·유실 동물 수는 38만2천907마리에 달했고 이 중 휴가철인 7~8월에 20%에 해당하는 7만6천465마리가 버려진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주인에게 인도되거나 분양되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안락사와 자연사 비율은 각각 20.8%와 25.1%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법적으로 반려동물 등록 제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치 추적이 가능한 마이크로칩을 반려동물에 이식하는 것도 방안이다. 분양 시에도 분양받는 사람이 반려동물 유기가 범죄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인은 휴가 갈 때 반려동물을 집에 놔두지 말고 위탁시설에 맡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설령 휴가지에서 잃어버렸다 해도 포기하지 말고 그 지역을 포함해 다른 지역 보호소까지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