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금리인상으로 갈수록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낮은 수용률에 채무자들의 시름이 깊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에서 금리 인하 요구권 혜택을 본 고객이 신청자 10명 중 4명에도 못 미친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이란 차주(借主)들이 취업, 승진, 소득 증가 등 자신의 신용상태가 개선되었다고 판단될 경우에 대출기관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02년에 도입돼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다가 2019년 6월 은행법 시행령에 명시했다. 은행이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를 거절하면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지난달 5일부터는 지역농협·수협·신협, MG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을 법제화했다.

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에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의 금리 인하 요구권 접수는 총 88만2천47건에 수용 23만4천652건 등 수용률 26.6%로 전년(2020년)의 28.2%보다 낮았다. 작년도 은행권의 금리 인하 요구권 수용에 따른 대출액은 8조5천466억원으로 2020년의 10조1천598억원보다 1조6천132억원 줄었다.

기준금리의 사상 첫 빅스텝으로 8년10개월 만에 신용대출 금리가 연 6%대로 치솟았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신용대출 금리 7%대도 머지않은 것이다. 빚쟁이들의 한숨 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가 될 경우 원리금 상환에 소득의 90% 이상을 써야 하는 대출자들만 1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의 부채총액은 480조원으로 불어난다. 이자도 못 갚는 다중채무자 양산은 불문가지이다.

은행권의 부실채권 눈덩이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 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이 80%대에 육박한 것이다. 금리인상에 취약한 채무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달부터 금융사들의 금리 인하 요구권 운영실적(신청수용 건수, 이자 감면액)을 반기마다 한 차례씩 공시하도록 했지만 기대는 금물이다. 금리 인하 요구권 활성화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