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균 5천600억원 예산이 책정된 경기도교육청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된 정황이 확인됐다.
2021년부터 2022년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사립학교 15개교(18개동) 평가가 고작 두 달 만에 끝났고, 개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가른 평가가 2명에 의해 20일 만에 이뤄졌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명이 20일만에 15개 학교 평가
대체 어떻게 이런 평가를 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올해 개교 48주년을 맞은 평택 진위고등학교의 A동은 2021년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대상교로 선정됐다. 200명이 넘는 학생과 교사들이 사용하는 A동은 건물 곳곳이 갈라지고 천장 사이로 건물의 골격이 보일 정도로 낡았지만 개축이 아닌 리모델링 판정을 받았다. 새로 짓지 않고 고쳐 쓰라는 것이다.
지난 2일 찾은 진위고 A동 교실 내부의 아스팔트 구조물은 깨져 있었으며 바닥과 벽 곳곳에 균열이 가득했다. 건물이 기울었다는 점검 결과도 있을 정도다.
진위고 관계자는 "건물이 오래돼 아직도 교실마다 아스팔트 교단이 있는데,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하면 다 없애야 한다. 정밀점검에서 건물이 2도 정도 기울어 있다고 나온 적이 있다. 조금씩 건물 앞쪽이 주저앉고 균열도 많은데 리모델링으로 교단을 없애면 건물이 버텨낼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등급 평가에서 진위고는 구조 안전성 최하위로 판정됐다. 그런데도 리모델링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이유는 바로 '기능성 평가' 때문이었다.
개축 판정 못받아… 학교측 불안
국민의힘 김학용(안성) 의원이 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21~2022 사립학교 등급판정결과' 자료에 의하면 진위고는 구조 안전성 부문에서 사립학교 15개교 18개동 중 최하점인 0.71점을 받았지만 기능성 평가에서 최고점인 5점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성 평가는 미래학교 개축 타당성 평가 항목 중 하나로, 학생 증감요인·고교학점제 수요 등 7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학생 수 증가가 예상되거나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공간 수요가 높을수록 리모델링보다 개축을 권장한다.
진위고 관계자는 "아이들이 쓰기에 건물이 안전하지 않은 데다 곧 학교 뒤로 아파트가 들어와 학생도 더욱 많아질 텐데 왜 리모델링 판단을 받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의 취지는 학생 수와 교육과정 변화에 맞춰 공간을 재배치하는 것인데, 이 학교는 리모델링만으로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안성 안법고등학교 역시 건물이 가라앉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에 기둥까지 세웠는데도 개축 판정을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지난 2일 찾은 안법고 A동 곳곳에는 건물을 지지하기 위한 철제기둥들이 있었다. 안법고의 구조안전성은 1.81점으로 18개 동 중 7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았으나 기능성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리모델링으로 결정됐다.
교육청 "조사자가 말 잘못 이해"
안전과 기능에 동등한 가치를 두고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교육현장과 행정청의 온도 차가 극심하다.
안법고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리모델링을 한 상태라 개축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최근 실시한 내진성능평가 결과, 굉장히 위험하다고 나왔는데, 겉만 번지르르하고 좋은 스마트 장비가 내부에 들어가 있어도 한순간 다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평가가 완료된 지 5개월이 흐른 뒤에 점수가 바뀌는 사건도 있었다. 안법고의 경우 평가 당시 내진성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내진성능평가 결과가 점수에 반영됐고, 김 의원실에서 해당 부분을 지적한 뒤에야 안법고의 구조안전성 점수는 2.01점에서 1.81점으로 조정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조사하시는 분이 학교가 내진평가를 실시할 계획이 있다는 말을 평가결과 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잘못 이해했다. 점수가 잘못 나가 시정했지만, 소수점 단위라 최종 평가에 영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3면('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경기도교육청 '졸속 평가' 논란)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