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은 4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시설을 개축·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70개교 93동, 2022년 42개교 56동의 사업 대상을 선정해 각각 6천660억원, 4천5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진행한다.
당초 교육부는 공립학교만 개축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사립학교 차별 논란'이 일자, 지난해 11월 각 시도교육청에 사립학교도 개축이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도교육청은 12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2021~2022 사립학교를 대상으로 개축 타당성 평가를 진행해 결과를 학교에 알렸다.
각 교육지원청이 자체 선정기준을 수립해 해당 지역 학교의 사업 유형을 선정해 제출하면, 외부 전문기관이 경제성·구조 안전성·기능성을 평가하고 도교육청 개축적정성검토위원회가 최종 개축유형을 결정한다.
사립학교 15개교 18동 2달만에 결정
안정성보다 편차 커 판단에 결정적
다른 외부업체 심사 신뢰도 지적도
사립학교 15개교 18개 동에 대한 심사가 두달 만에 이뤄지자 도내 사립학교 관계자는 "이렇게 급하게 진행될 거였다면 애초에 내년에 신청하라고 했으면 됐지 않았나. 작년과 올해 신청한 학교가 특히 노후화가 심할 텐데 급한 평가로 피해를 보게 생겼다. 지금 리모델링되면 다시 개축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안정성보다 편차 커 판단에 결정적
다른 외부업체 심사 신뢰도 지적도
도교육청은 연구용역기간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미 사전기획 기간이 끝날 무렵 교육부의 지침이 내려와 평가를 빠르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설계용역을 해야 하는 시점이지만 경기도는 최대한 사립학교에 기회를 주기 위해 심사를 했다. 아예 올해와 내년 개축 대상에 사립학교를 포함하지 않은 시·도도 많다"고 설명했다.
경제성·구조 안전성·기능성 중 기능성 분야는 사립학교 개축 여부 판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평택 진위고는 구조 안전성이 0.71점으로 15개교 중 최하점수를 받았지만, 기능성 평가에서 5점을 받아 개축이 아닌 리모델링 판단을 받은 반면 구조 안전성이 2.5점으로 3번째로 높았던 한 고등학교는 기능성 평가에서 1점을 받아 개축 판정이 내려졌다. 최고점, 최저점의 편차가 2.87점에 불과한 구조 안전성 분야와 달리 기능성은 편차가 4점이나 된다.
기능성 평가 신뢰도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대한건축학회가 세 분야를 모두 심사한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짧은 심사기간으로 세 분야를 각각 다른 외부업체가 심사했고, 이중 기능성 분야는 도내 사회과학연구개발업체 소속 2명의 심사위원이 20일간 평가했다. 이들은 학교 공간혁신관련 강연을 해왔으며 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능성 평가는 학생 증감요인, 고교학점제 수요, 생활편의 수요 등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데 과연 15개교 18개동을 20일 안에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겠느냐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김학용 의원실은 "심사위원들이 놀이터 공간 관련 책을 저술했고, 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능성 평가는 학교의 교육과정과 연계해 필요한 면적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데 한 부부에게 심사를 의뢰해 검증 절차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업 초기부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검토위원회 위원으로 함께했고, 각 시도 교원들에게 공간 강연을 할 정도로 전문성이 있어 제안을 드렸다. 요즘은 부부 건축사들도 많다. 이분들도 함께 일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