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7개월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국민들은 한 달 전만 해도 1만~2만여 명까지 줄었던 1일 확진자 수가 최근 10만명을 웃돌자 또다시 수십만명대 확진 대유행으로 회귀하는 것 아닌지 불안해 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현장에서 사투를 벌인 보건소 직원, 간호사, 의사 등도 이를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축적된 감염병 대응력 등에 어느 정도 방역·지원체계가 갖춰졌다면서도 언제든 재발할 대유행에 대비하려면 방역당국과 시민들 모두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확진자 10만명 웃돌자 '불안'
보건소 직원·간호사·의사들 우려
간호직 공무원 이지원(28)씨는 지난 2020년 10월 신규 임용과 함께 수원시 장안구보건소로 첫 발령받아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았다. 당시만 해도 확산세가 주춤했던 터라 이씨는 직전 직장인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겪던 격무는 물론 그보다 더 과중한 업무를 맞닥뜨릴지 예상하지 못했다.
이씨는 "델타변이가 유행한 작년엔 하루도 못 쉬고 한 달 초과근무만 200시간이 넘을 정도였고, 오미크론이 득실거리던 올해 초엔 퇴근길 막차라도 탈 수 있는 날이면 동료들이 '오늘은 칼퇴!'라며 좋아할 정도였다"면서도 "열심히 버틸수록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확진자 수를 보면 대학병원 때보다 힘든 업무에도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지난 2년간 축적된 감염병 대응력
인력·시간 효율적 대처 정비해야
다만 언제든 재발할 대유행에 맞서려면 경각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이 씨는 강조했다. "지난 2년 반의 경험이 나름 체계적인 감염병 방역 시스템을 갖추게 했지만 대유행 재발 시 신속한 인력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면 그만큼 직원들은 물론 시민들 피로도까지 높아지고 감염병 대응력도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주대병원 응급병동에서 코로나19와 맞서 싸운 한 간호사도 "환자를 살리려 '레벨D' 방호복을 입고 5시간 이상 병실서 나오지 못했던 날, 퉁퉁 부어오른 동료들의 손을 아직도 못 잊는다"며 "감염병 발생 시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다방면의 시스템 정비가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지난 2년 동안 공공의료기관 파견 업무에 나섰던 공중보건의 A(33) 씨는 "아직도 일부 수기로 확진자 정보를 정리해 유사시 빠른 대처가 어렵고 방역 당국별 의사소통과 협업도 원활치 못한 부분이 많다"며 "지난 경험으로 기본 체계를 갖췄을지 모르지만 대유행 시 인력·시간 등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대처할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