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식량이다!
식량 주권 사수하자!
식량 주권 사수하자!
폭우가 쏟아진 8일 낮 12시, 1천300명가량(한국낙농육우협회 추산)의 낙농업 농민들이 매일유업 평택공장 앞에 모였다. 저마다 '원유가격 협상 즉각 개시하라' 등의 피켓을 든 채였다. 경기·인천에서도 평택, 파주, 이천, 양평, 포천, 강화 등의 농민들이 생업을 멈춘 채 이곳에 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료 가격 등 생산비가 폭등해, 원유 단가가 그에 맞게 상승해야 하지만 외려 정부는 원유 가격 차등제를 추진해 가격을 낮추려 하고 유업체는 가격 협상에 소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날 모인 낙농업 농민들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정준 평택시축산계 계장은 "원유 가격은 그대로인데, 사료 가격이 올해만 다섯 차례나 올랐다. 지금 원유 가격으로는 도저히 사료 값을 댈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인데 정부에선 원유 가격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 유업체들은 가격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 머리에 띠라도 둘러야 할 것 같아 나왔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료 등 생산비 폭등
원유 단가 상승해야 하는데 정부는 '가격 차등제' 추진
"유업체들은 가격 협상 나서지 않아… 머리에 띠라도"
원유 단가 상승해야 하는데 정부는 '가격 차등제' 추진
"유업체들은 가격 협상 나서지 않아… 머리에 띠라도"
생산비가 치솟은 가운데, 정부는 오히려 생산비 대비 원유 단가를 정하도록 한 원유가격 연동제 폐지를 추진하는 한편 사용 목적에 따라 원유의 가격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시행하는데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성시에서 낙농업에 종사하는 이세찬 낙농육우협회 이사는 "기름 값이며 사료 가격이 모두 인상돼 생산비가 많이 들어간다.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라 생산비가 오르면 단가도 인상해야 하는데, 정부는 같은 원유를 차등해서 값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가 1t을 생산하면 800kg에는 1천100원을 주고, 나머지 200kg에는 800원을 주겠다는 셈"이라며 "생산비는 올랐는데 가격은 내린다고 하고 앞뒤가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정부, 생산비 연동해 원유 가격 결정하는 방식 대신
'음용유-가공유' 구분해 낮게 책정하는 방안 추진
유가공 업체에선 찬성하는 반면 낙농업계선 '반발'
11~12일까지 빙그레 도농공장서 집회 벌일 예정
'음용유-가공유' 구분해 낮게 책정하는 방안 추진
유가공 업체에선 찬성하는 반면 낙농업계선 '반발'
11~12일까지 빙그레 도농공장서 집회 벌일 예정
통상 낙농업계와 유업계, 정부 추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낙농진흥회는 매년 새 원유 가격을 정해 그해 8월 1일부터 이듬해 7월 31일까지 이를 적용해왔다. 올해도 8월 1일부터 적용될 새 원유 단가를 정했어야 했지만, 원유 차등 가격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점과 맞물려 가격 협상을 하지 못했다.
정부는 국내 원유 시장 자급률이 지난해에 45.7%까지 낮아진 점을 감안, 당초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던 현행 방식 대신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가공유 가격은 지금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유가공 업체에선 찬성하는 반면, 낙농업계에선 반발하고 있다.
농민 있어야 유업체도 있다
협상 임하는게 상생
새 원유 단가 협의가 멈춰선 가운데, 낙농업계는 유가공 업체에 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을 대상으로 이날부터 항의 집회에 나선 것이다. 이날부터 10일까진 매일유업 평택공장 앞에서, 11일부터 12일까진 빙그레 도농공장에서 집회를 벌인다.협상 임하는게 상생
파주시에서 30년 이상 낙농업에 종사했다는 심화섭 낙농육우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원유 가격이 21원 올랐을 때, 유업체들은 우유 가격을 200원 인상했다. 최근에도 운송비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일부 유업체들이 가격을 또 올렸다. 우리도 생산비 부담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인데 정작 원유 가격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며 "낙농업 농민들이 있어야 유업체도 있다. 협상에 성실히 임하는 게 상생"이라고 주장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