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독립운동 상징물을 건립할 장소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용역에서 독립운동 역사성과는 무관한 장소들이 후보지로 제안됐기 때문이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마무리한 '독립운동 상징물 건립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인천 남동구 구월동 1408의 2 일원 중앙공원이 독립운동 상징물을 건립할 최적의 장소로 도출됐다.
용역 수행사는 시민들이 차량과 도보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접근성과 사업계획성 측면에서 중앙공원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중앙공원에 독립운동 상징물이 들어서면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독립운동 관련 부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하게 고려했다.
인천시는 독립운동이 활발했던 인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을 목표로 상징물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용역 수행사는 부지의 역사적 상징성, 교통 접근성, 상징물 건립 공간 확보 가능성 등을 검토해 후보지 4곳을 제안했다. 중앙공원에 이어 연수구 송도센트럴파크, 부평구 부평공원,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순으로 조사됐다.
市 타당성 조사용역서 '최적' 도출
발상지로 자유공원·내항 거론에도
시민 접근성·사업계획성 적합 판단
"자유공원 공간확보 애로… 신중 결정"
문제는 용역 결과에서 독립운동 역사성과는 무관한 지역들이 후보지로 다수 선정됐다는 것이다.
최적의 장소로 제안된 중앙공원은 독립운동 발상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사성과 무관하다. 연수구 송도센트럴파크와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도 역사성이 없는 장소이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부평공원은 일제 군수품 제조 공장 '인천육군조병창'과 '미쓰비시 줄사택' 등이 인근에 있어서 일제강점기에서 독립운동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독립운동 상징물 건립 후보지로 독립운동 발상지이자 역사적 관계가 있는 인천 중구 자유공원과 인천 내항이 거론됐다. 자유공원(당시 만국공원)은 3·1 운동 한 달 뒤인 1919년 4월2일 홍진 주도로 전국 13도 대표자 회합이 열렸던 곳이다. 13도 대표자 회합은 한성임시정부 시작점이 됐다. 인천 내항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이 상하이로 떠나기 위해 이용했던 곳이다.
이번 용역에서 자유공원 또는 내항에 독립운동 상징물을 건립하는 방안도 검토됐는데, 시민 접근성이 떨어지고 마땅한 공간도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인천시 관계자는 "독립운동 상징물 건립 공간으로 자유공원을 가장 먼저 살펴봤으나 공간 확보 등이 어려워 중앙공원을 후보지로 도출했다"며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는 만큼,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역사성과 접근성 중 어떤 가치에 더 중점을 둘 것인지 신중하게 정하겠다"고 했다.
역사성과 접근성 사이에서의 고민은 이번만이 아니다. 인천시는 1997년 백범 김구 동상을 인천대공원에 건립했는데, 역사성이 있는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 관련기사 3면(인천 독립운동 상징물 건립 어디에… '역사성 vs 접근성' 분분)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