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의회 국민의힘은 가만히 앉아서 자당 후보를 도의회 수장으로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최소 5표가 타당 후보에게 넘어갔다. '따 놓은 당상'을 헌납한 꼴이다. 의장 선거는 무기명 수기 방식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역선택은 없다. 1차 투표부터 국민의힘의 패배 기미가 보였다. 후보별로 민주당은 70표, 국민의힘은 60표를 얻었다. 전체 의원 수가 156명이니 나머지 26표는 전부 무효. 국민의힘 출신 감표 위원은 발언 기회를 얻어 양당 의원들에게 '또박또박 정자체'를 호소하다 대세가 기울었다는 점을 직감한 듯 의장 직무대행에게 정회를 요구했다. 이튿날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대표단에 의장 선거 패배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명서에 명시된 도의원들의 수는 '40명'이었는데, 이 숫자는 국민의힘 전체 도의원 78명의 과반이다. 가볍지 않은 무게의 목소리에 기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알고 보니 '40'은 완벽한 숫자였다. 고대인들은 동서남북을 뜻하는 4와 하나 빠짐없이 채워진 10이 합쳐진 수로 여겼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그렇다. 노아 홍수도, 예수가 광야에서 단식한 기간도 모두 40일이다.
40일간 진통 끝에 출범한 11대 경기도의회 본회의에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나란히 출석했다. 도정 책임자와 도 교육 책임자는 신임 의장을 향해 90도로 인사하고, 뒤돌아서 의석을 채운 도의원들에게 같은 자세로 흐트러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회를 향한 존경의 표시다. 도의회가 드디어 도민의 공복에게 인사를 받았다. 전날 도의원들은 신임 의장과 함께 선서도 했다. 선서엔 도의원들에게 부여된 역할이 한 문장으로 축약돼있다. 전문은 이렇다. '나는 법령을 준수하고 도민의 권익신장과 복리증진 및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도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그렇다.
/손성배 정치부 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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