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윤핵관'을 저격하며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문 낭독과 일문일답 등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당정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었다고 호소하면서 눈물의 회견을 했다. 윤리위 징계 후 36일 만에 공식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의 이런 거침 없는 행보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권은 즉각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으나 이 대표측 인사들은 "감당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걱정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그는 먼저 기자회견에서 '내부총질' 문자 파문에 대해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민심은 떠나고 있다.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자괴감에 몇 번을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다"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겪는 과정 중에서 어디선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누차 저를 '그 x'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그래도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내가 참아야 한다고 크게 '참을 인' 자를 새기면서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고 목이 쉬라고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문일답에서 '이XX 저XX라고 말했다는 사람이 윤 대통령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 자리에 배석했던 한 의원님이 저한테 얘기를 해주더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선당후사라는 표현에 대해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쓰였던 삼성가노보다도 훨씬 근본이 없는 용어"라고 비판하면서, "그래도 유례 있는 용어인 '선당정치'라는 용어는 공교롭게도 김정은이 휴전선 이북에서 사용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정이 처한 위기를 언급하며 '윤핵관' 및 '윤핵관' 호소인을 나열하며 수도권 열세지역에 출마할 것을 요구했다.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과 관련,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실명을 나열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총선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십시오"라며 "호가호위한다고 지목받는 윤핵관과 호소인들이 각자의 장원(중세시대 봉건귀족이 거느린 토지)을 버리고 열세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저도 같은 방향을 향해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의도는 반민주적이었고 모든 과정은 절대반지에 눈 돌아간 사람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다"며 "비대위 전환을 위해 누더기로 만든 당헌·당규와 그 과정은 검수완박을 한다고 무리수를 다 동원하던 민주당과 데칼코마니가 돼버렸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비대위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에 대해서도 "절차적,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줄 것이라고 믿겠다"며 "당원께 많은 심려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겠다. 적어도 이번에 노출된 당의 민낯에 그분들의 부끄러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견 후에도 기자들과 오랜 시간 질의응답을 가졌다.
윤 대통령과의 만남 계획에 대해 "만날 이유가 없을뿐더러 풀 것도 없다. (사실관계에 대해선) 앞으로 제가 할 말을 하겠다"고 했고,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윤핵관'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이날 회견에 대해 여권은 반응을 내지 않았으나 이 대표측 인사들은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보였다. 섣불리 반응할 경우 이슈를 더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가처분 인용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7일과 8·15 광복절 기념일에 나올 윤 대통령의 메시지 등이 여권 내홍을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