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당 대표직을 박탈하고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저격한 이준석 전 대표의 13일 기자회견 이후 여권 내 여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로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가라앉기는커녕 비대위 체제 출범을 목전에 두고 오히려 자중지란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李 "윤 '이××' 발언 윤핵관 등에
때리라는 지령 역할… 은퇴 돕겠다"
이 전 대표는 광복절인 15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을 가리켜 '이 XX 저 XX'라고 했다는 주장에 이어, '이 XX'라고 한 것은 "윤핵관이나 그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기 위해 들어오는 약간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새로운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윤핵관과 그 호소인의 성공적 은퇴를 돕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한 공격을 이어갔다.
전날 '내일부터 라디오에서 우선 뵙겠습니다'며 전운을 감돌게 했던 이 전 대표는 먼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성적표는 25점으로 박하게 매겼다.
이 전 대표는 책 출간, 방송 출연 등을 계속하며 장외 여론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어서 분열 상황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홍준표 "딱하다"… 나경원 "지나쳐"
김근식 "'이순신의 길' 희생도 필요"
내일 가처분 여부 최대 분수령될 듯
이런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당내 인사들의 견제는 혹독하다.
가장 많이 언급하는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치판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1년 전 상황으로 착각하고 막말을 쏟아내며 떼를 쓰는 모습은 보기에 참 딱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방송 출연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통령실·정부의 리스크를 걷어내고 있는 와중에 '이준석 대표 폭탄'이 떨어졌다"며 "기자회견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반면 지난 대선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이었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이순신의 길을 가겠다'해서 희생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대표가) 조선 해군을 수장시킨 무능한 장수 원균을 윤핵관에 오버래핑(비유)했다. 이순신은 원균에게 모함당하고 관직까지 박탈당했지만, 희생을 감내하며 백의종군해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순신의 리더십을 배워서 '나는 원균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응원했다.
이 전 대표 지지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에서는 비대위 출범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소송 등을 대리하고 나선 데 이어 "우리 당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매우 타당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도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한 유튜브 방송에서도 "이준석이 (윤석열 대통령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고 한 발언은 윤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하기 전에 한 발언"이라며 "그런 발언을 놓고 공격하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16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발하지만 17일 비대위 전환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판단 여부에 따라 당 내홍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