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은주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던 남편과 행복하게 산다. 물론 "그 남자도 장애인 아니냐. 결혼하면 집엔 찾아오지 말라"며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은주씨 아버지와 "한 집안 장애인 한 명도 힘든데 둘이나? 안 된다"는 남편 집안 모두 결혼을 반대했다. 가족들 선택으로 오랜 기간 복지시설에 살고, 가족들 결정에 남편이 정관수술을 해 아이를 못 낳지만 은주씨는 자신은 물론 아내의 장애도 부끄러워 않는 남편에게 큰 힘과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산다. 누군가 '둘이 어떤 사이냐'고 물으면 "잉꼬부부예요"라고 답하는 남편에게 은주씨는 "창피하다"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한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지난 10일 방송분에서 주인공 영우는 극 중 연애 중인 준호에게 그의 누나가 "부모님에게 말 안 할거지? 널 행복하게 해주는 여자 데려와야지, 보살펴야 하는 여자 말고"라고 한 말을 듣고 "사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준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도 천재적 능력을 보여 일반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과 다르다'는 논란까지 빚은 영우도 은주씨처럼 남들이 부끄러워하는 장애인인 것이다.
그래도 자신을 부끄러워 않는 준호를 만난 영우, 또 그러한 남편과 결혼한 은주씨 모두 행복하게 산다. 우리가 주변 은주씨들의 작은 행동 하나, 말 한마디 부끄러워 않고 사랑해준다면 이들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산다.
/김준석 사회교육부 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