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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수원 영화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층 앞에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집기들이 밖에 놓여져 있다. 2022.8.12 /유혜연수습기자 pi@kyeongin.com
 

기후변화가 이번 기록적인 집중호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경기도가 지난해 투입한 기후변화 적응 예산 2천억원 중 호우관련 예산은 단 10%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 피해를 예방, 완화하기 위해 수립한 '경기도 제2차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한 2천190억원의 사업 예산 중 10.4%인 227억9천300만원만 호우관련 예산으로 사용됐다.

기후변화 적응대책은 도가 미래의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세운 5개년 계획이며 도가 지난 2012년 첫 대책, 2017년 2차 대책을 세워 사업을 추진했다.

총 40개의 기후변화 사업 중 7개 사업이 집중호우 예방과 관련이 있었는데, 일부 예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편성 2190억 중 227억 사용
취약 시설 정비 등 해마다 줄어
"3차땐 관련 대책 포함 재편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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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여주시 산북면 명품리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집중호우로 유실된 도로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2.8.10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재해위험지구를 정비하는 '생활권 주변 재해 취약시설 및 위험요인 정비' 사업은 2017년 217억원에서 2018년 158억원으로 줄고, 2019년 이후에는 아예 편성에서 제외됐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정비하는 사업은 산 주인의 동의 곤란 등의 사유로 지난해 편성한 149억원의 28%인 42억원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간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배경에 기후변화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과 연구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는 반면 도는 제대로 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한 셈이다.

기상청 소속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은 현재와 유사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할 경우 현재(2000~2019년) 129.7㎜ 수준의 수도권 1일 최대강수량이 19% 이상 늘어난 153.7㎜가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일과 9일 수도권을 휩쓴 집중호우에 대해서도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후변화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며 기상변화와 잦아진 호우의 인과성을 강조했다. 올해 수립될 3차(2022~2026년) 기후변화 대책에도 2차와 비슷한 사업과 예산이 편성될 예정이라 현재 호우 피해 상황 등을 반영해 대책을 재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도 관계자는 "기후변화 피해 대응뿐 아니라 탄소중립숲 조성처럼 기후변화를 줄이는 사업도 같이 하다 보니 너무 분야가 많아져 호우 대비 예산 비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집중호우가 큰 피해를 입힌 만큼 3차 대책 수립 과정에서 일부 호우사업 보강 등이 논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