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안산 중앙동의 한 버스정류장 가판대는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충전·판매·결제'라고 적힌 버스 카드 충전 표지판은 이리저리 찢기고 빛이 바래, 한눈에도 오랜 기간 방치됐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가판대 한쪽 면에는 '행정대집행 계고서'가 부착돼 있었다. 도로상에 무단적치돼 도로법 제27조에 위반되니 자진 철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기한은 지난달 30일까지로 이미 경과했는데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장모(27)씨는 "3년 동안 문을 연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동안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길거리에 방치된 가판대·구둣방이 늘어나고 있다. 매출이 줄어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지자체에서 영업 중단 상황을 파악할 수도 없고 사업자들이 자진 철거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영업 중단 '장기간 방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운영중
같은 시각 수원역 광장 교차로에 위치한 가판대도 셔터가 굳게 잠겨 있었다. 이날 파악한 결과 안산과 수원에서 운영하지 않는 가판대·구둣방을 합한 수는 각각 6곳, 8곳이었다. 안산은 시외버스 운행 정류장인 자유센터 버스 정류장부터 상록수역 버스 정류장 구간에 설치된 9곳 중 6곳이 문을 닫았다. 수원은 장안구·팔달구 인근 구도심에 설치된 22곳 중 8곳이 문을 닫았다.
가판대·구둣방은 개인 사유물로서 영업을 중단하면 사업자가 직접 자진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 중단 사업장을 단속하기는 어렵다. 각 사업장마다 운영 시간과 휴일이 달라 지자체가 이를 다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원이 들어오면 운영 중단 여부를 파악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설은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허가를 내주는데, 이들이 자진 철거할 여력을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아 방치되는 사례가 나온다.
자진철거 독촉 '계고장' 붙어있어
안산 6곳·수원 8곳 셔터내린 상태
수원 팔달구 관계자는 "운영을 중단한다는 사업자가 있어 자진 철거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비용이 부담된다고 철거하지 않은 사업자도 있었다"고 말했고, 안산 단원구 관계자는 "사업자 대다수가 1989년 사회적 약자의 생계 보장 정책이 도입되면서 들어온 고령의 장애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다. 그래서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노후시설에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유재산 문제도 엮인 만큼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원만한 소통과 합의가 필수이며, 정부도 위기관리 차원에서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지영·수습 김동한·수습 김산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