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제공되던 피딩줄을 갑자기 매월 10만원을 내고 사야 한다고요?"

암질환 때문에 입으로 직접 음식물을 먹을 수 없는 어머니에게 지난해 8월부터 피딩줄을 통해 경장 영양제를 투여하고 있는 A(30대) 씨는 이달부터 매월 10만원 가까이 들어갈 추가 비용에 걱정이 크다.

그간 코를 거쳐 장까지 경장 영양제 등을 투여해 주는 관인 피딩줄을 경장 영양제 구매와 함께 무료로 받아왔는데 지난달부터 별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서다.

난처한 건 약국들도 마찬가지다. 수원 영통구의 한 약국 관계자는 "도매업체들이 지난달부터는 피딩줄을 별도 구매해야 한다며 함께 (무료로)보내주지 않아 환자 간병인 등 일부 고객들에게 항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피딩줄 등 2등급 의료기기에 대해 지난달부터 제조·수입·판매 등 단계별 공급 내역을 일일이 보고하도록 한 제도가 발단이다. 이에 관련 제조·수입·판매업체들은 그간 경장 영양제에 끼워 유통해 온 것과 달리 어디에 얼마만큼 공급했는지 정보를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업체들은 기존과 달리 판매 내역을 남겨야 해 적은 금액이라도 유료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입장이지만 식약처는 공급 내역 보고와 유료화는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한 의료기기 판매업체 관계자는 "갑작스레 변경된 제도로 업계가 혼란스러워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뭐라도 판매 내역을 남겨 신고해야 하다 보니 별도 금액을 정해 유통하게 된 것"이라고 했고, 식약처 관계자는 "공급 금액이나 단가는 특정 품목 이외 보고 대상이 아니며, 의료기관이나 의료기기 판매·임대 업체에 공급할 경우만 공급내역 보고 대상이고 약국 등 비의료기관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무료로 공급되던 피딩줄은 현재 개당 500~1천500원에 유통되고 있어 경장 영양제 섭취 환자나 간병인의 경우 매월 9만여 원(개당 1천원, 하루 3개 기준)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