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위기에 직면한 경기북부 시·군들이 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모두 저등급을 받아 지원 예산이 최대 절반 가까이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가 받는 예산도 광역지자체 중 가장 적어, 당장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한 도내 지자체들의 현실과는 무관하게 '수도권 역차별'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1조원 규모의 재원을 광역단체 25%와 기초단체 75%로 배분하는데, 광역단체는 인구감소지역 지정 비율과 인구감소지수 평균값 등을, 기초단체는 각 지자체가 제출한 기금 활용 투자계획을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A~E등급으로 평가해 배분액을 결정한다.
경기도에선 지난 2월 지역 소멸이 심각한 '인구감소지역'에 가평·연천군이, 소멸이 우려되는 '관심지역'에 동두천·포천시가 선정됐다. 해당 시·군들은 각각 4~5개 이상의 관련 사업들을 마련하며 모두 가장 높은 배분액 등급인 A등급(감소지역 210억원, 관심지역 53억원)을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의 예산 '배분액 평가' 저등급
연천·가평·동두천 등 일제히 줄어
광역 예산도 0.2%… '역차별' 빈축
그러나 18일 행정안전부와 각 시·군에 따르면 연천군은 최저 등급인 E등급(112억), 가평은 C등급(140억), 관심지역인 동두천은 D등급(32억원), 포천은 C등급(35억원)을 받아 예산이 크게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감소지수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배분하겠다던 광역단체 예산도 전체 4천375억원 중 경기도는 단 0.2%인 9억원 밖에 배정받지 못했다.
특히 지난 5년 사이 인구가 6%가 줄어 도내에서 인구 감소 폭이 가장 큰 연천은 지원 예산이 반토막 나며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연천은 인구 문제 대응을 위해 식물·바이오 산업 육성 프로그램, 청년을 위한 취업과 창업 지원 그리고 워케이션(다목적 주거 공간) 조성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이번 정부의 결정으로 사업 규모와 대상 축소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두고 눈앞에 닥친 인구소멸 현황과 투자계획 평가 결과보다는 비수도권 위주로 배분금액을 결정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해 행안부는 기금 도입을 위해 진행한 연구용역에서도 경기도 지역을 제외하고 연구를 진행해 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수도권 역차별을 예고했다는 빈축을 샀다.
행안부 관계자는 "민간 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사업 평가단이 기준에 따라 투자계획서를 심사해 발표한 배분액"이라며 "평가 요소 밖에 있는 수도권이란 입지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통보된 배분금은 수정 없이 곧바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