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jpg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경기도 내 노후화된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270만 가구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이후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 차원의 재정비 추진 카드를 꺼내 들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를 '무책임한 정치 발언'으로 규정하고 김 지사를 강력 비판하고 나서면서 여야 간 대립각이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도 의미 있는 재건축 규제 완화 추진을 위해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있어 당분간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김동연 꺼내든 '도 차원 추진 카드'에
원 장관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정부의 대선 공약 파기'를 언급한 김 지사를 겨냥,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원 장관은 이어 "경기지사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 도시정비 기본계획 수립과 지구지정, 안전진단 실시, 조합설립·사업계획 인가, 준공 처리 등이 모두 시장의 전적인 권한"이라며 "광역자치단체가 아무런 검토 없이 주민 일부가 의구심과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틈타 정치적으로 '공약파기'라고 몰고 가고 '경기도가 해줄게'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혼란 야기' 비판
"일부 주민 의구심, 공약 파기 몰아가"
344.jpg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근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부의 대선 공약 파기'를 언급한 것에 대해,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2022.8.23 /연합뉴스
TF 확대·개편 "공약대로" 신속추진 의지도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9일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을 미룬데 대해 "대선 공약을 이렇게 쉽게 폐기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직접 전담조직(TF)을 꾸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원 장관은 이날 1기 신도시 재정비 정책을 공약대로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단 하루도 국토부로 인해 사업 추진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장관직을 걸고 말씀드린다"며 "1기 신도시 재정비 TF를 즉각 확대·개편하겠다. 5개 신도시별로 전담 마스터플래너(MP)를 지정해 명품 신도시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원 장관은 5개 지역 지자체장과의 조속한 간담회 개최, 지자체들의 TF 참여, 민관합동 TF의 정부 공동팀장 국토부 1차관 격상 등도 약속했다.

ggg.jpg
수도권 1기 신도시인 평촌신도시 전경. /경인일보DB
민주당은 원희룡 '정치공세' 발언 비판
"비판 제기한 건 해당지역 주민들
국토부 대책은 없고 정쟁 몰아가고 있다"
1기 신도시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원 장관의 이번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특히 민주당 국토위 위원들은 조만간 상임위가 열리는 대로 원 장관에게 이번 문제를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욱(성남분당을) 의원은 원 장관의 '정치공세' 발언에 대해 "국토부 정책 보도 후 가장 먼저 실망과 비판을 제기한 건 주민들이었다"며 "정치인이 주민 목소리를 반영해 대응하는 것을 '야당의 정치 선동'이라고 보는 데서 국토부가 신도시 재정비에 책임의식이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준호(고양을) 의원은 "김 지사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을 (원 장관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라며 "원 장관이 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대책을 말하기 보다는 정쟁으로 몰아 가고 있다.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광역단체장의 재정비 권한을 둘러싼 비판도 이어졌다.

이용우(고양정) 의원은 원 장관이 '경기지사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관내 재건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그것은 권한이 있어 그런 발언을 한 것이냐"고 반문한 뒤, "행정가인 국토부 장관이 지방정부와 함께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으로 일을 할 것인지를 고민할 생각은 않고, 권한을 운운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국토부의 어설픈 발표에 질책을 가하면서도 사실은 연말에 대대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토부가 주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발표한 데 대해 대통령께서 질책을 했다"며 "재건축의 가장 중요한 규제 완화에 대해 연말께 가시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의종·김연태·권순정 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