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사는 김모(34)씨는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일반 청약에 당첨돼 이사를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아직 계획조차 잡지 못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전세보증금(2억5천여만원)을 돌려받아야 잔금을 치를 수 있는데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와야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경기지역 대단지 신규아파트들이 대거 입주를 시작한 가운데 전세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8월23일자 12면 보도='매교역 푸르지오 SK뷰' 입주 한달… 금리인상 공포에 전월세 쏟아진다) '역전세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쏟아지는 물량으로 신규 입주아파트의 전세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반대로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구축 아파트의 전셋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거래 절벽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 저렴한 신규 물량에 몰려 세입자 구하지 못하는 구축 임대인
보증금 돌려주려고 이전 호가 고수… 입주 늦어져 거래절벽 '악순환'
24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지역 전세 매물은 총 4만6천517건으로 1년 전 2만22건에 비해 56%가 증가했다. 올 하반기에만 경기지역에서 5만1천665세대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아파트 전세물량이 늘어나면서 평균 전셋값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성남 '신흥역하늘채랜더스원'(2천411가구)의 전용 84㎡ 전세가는 평균 6억원에 시세가 조성됐지만 최근 4억7천만원짜리 매물도 시장에 나왔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뷰(3천603가구)도 4억5천만원 안팎으로 시세가 형성된 전용 84㎡의 전세 최저가는 3억2천만원까지 있다.
하지만 구축 아파트의 전세가격의 경우 이렇다할 하락 없이 수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실제로 2004년 준공된 수원 월드메르디앙아파트(2천63세대)의 전세가는 4억원대, 2008년 준공된 수원 매탄위브하늘채(3천391세대)의 전용 84㎡의 전세가는 5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이전 계약과 비슷한 수준의 호가를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분위기에 신규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이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입주가 늦어지고 거래가 막히는 거래절벽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수원 광교의 공인중개사 대표 A씨는 "임대인의 경우 대부분 다주택자인 경우가 많다.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새로운 임차인에게 돈을 받아 줘야 한다. 하지만 신규 입주아파트 전세 물량이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쏟아지면서 기존 호가로는 전세 거래가 도저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