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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이 이제 갓 100일을 넘겼는데, 성질 급한 여론조사 업체와 정치권의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선 주자를 꼽는데 열을 올린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을 나눠 누가 가장 적합한지부터 가상대결구도를 그리기까지 방식도 여러 가지다. 각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여권에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 광역단체장 등이, 야권에서는 이재명, 김동연 등 전·현직 경기도지사가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대선 구도 짜기가 조금 이른 감도 있지만 예비주자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경쟁을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도 하다.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1기 신도시 관련 설전도 차기 주자들의 신경전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연, 취임후 민생대책·공직혁신 합격점
정치력·거대조직 운영 효율성 등은 취약점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김 지사는 임기 시작부터 차기 대선 주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경기도정을 시작했다. 경기도지사가 곧 대선주자급이라는 공식이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등 전임 지사들을 거쳐 성립돼 왔는데, 김 지사는 아예 대선 출마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케이스이다. 다음 행보는 이미 김 지사에 마음속에 정해져 있다 해도 무방하다. 더불어 민주당도 김 지사에게 갚아야 할 은혜가 있다. 김 지사가 경기도를 지키지 못했더라면 민주당의 지난 지방선거는 전국 최대 광역단체인 경기도를 잃고 궤멸했을 것이다. '김동연 대망론'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기도정이 우선 성공해야 한다. 성공 여부가 조기에 드러나지도 명확히 가려지는 것도 아니지만, 과정을 통해 유추는 해볼 수 있다. 김 지사의 50일은 '혁신은 신속하게, 결정은 신중하게'로 요약된다. 그의 행정 능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주요 공직에 등용됐고, 성과도 냈다. 비상경제 상황 속에 도지사로 취임했는데, 짧은 기간 그가 내놓은 민생대책도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유쾌한 반란'을 말하는 만큼, 공직사회 혁신도 보여줬다. 비서실장을 최초로 내부 공모로 선발했고, 논란이 될 만한 사적 채용 등에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현장을 중시하는 도정 운영 역시 그가 왜 행정의 프로인지를 일깨워 준다.

그의 진심은 통하고 있는 반면 정치력은 물론 경기도라는 거대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효율성 등은 그가 50여 일 동안 드러낸 취약점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을 받는다. 경기도의회와의 갈등으로 김 지사의 복심이자 최측근으로 불린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가 임명 후 사흘 만에 역대 최단명으로 물러남은 물론, 그 후임으로 경기지사 당 경선의 경쟁자이자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인사가 부지사로 임용되는 과정은 전례도 없었고 순탄치도 않았다. 의사 결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전임 지사 시절 비서실 중심의 논의 결정 구도가 다시 부지사와 실·국 중심으로 복귀하는 과도기임을 감안해도 느리고 효율적이지 않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사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올릴 것인지 공무원들도 잘 알지 못한다. 비서실과 상의해야 할지 실·국장에게 떠넘겨야 할지도 판단이 안 선다. 김 지사의 디테일 행정과 전임 지사의 전결 체계가 오버랩 돼서 생긴 혼란이다. 인사도 예산도 행사도 '지사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게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공무원 결재라인 어디까지 인지 판단 혼선
행정 베테랑들에게 권한 과감히 넘길 필요


시작과 함께 도약해야 하는 게 경기도 행정인데, 아직 완벽한 진용도 갖추지 못했다. 윤 정부를 향한 민주당의 비판 중 하나가 내각조차 제때 짜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 비판을 김 지사에게 붙이면 또다시 내로남불 지적을 받을 판이다. 경기도정의 최종 결정권자는 경기도지사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김 지사가 챙길 수는 없다. 김 지사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행 여부 등만 확인하면 된다. 권한을 과감하게 넘기고 주요 현안사항과 이해 충돌이 되는 정책 등에 대해서만 보고받으면 행정에 속도가 붙는다. 경기도에는 도지사 권한대행을 무탈하게 수행한 경험의 오병권 행정1부지사도 있고, 그 흔한 부단체장 한번 해보지 못하고 도정에 헌신 중인 류인권 기획조정실장도 있다. 류광열 경제실장, 홍지선 도시주택실장 등 두말하면 서러울 정도의 베테랑들이다. 경기도는 메가시티를 넘어 웬만한 국가보다도 행정의 양이 많다. 경기도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려 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지사에게 1천400만 경기도민의 삶과 미래가 달려있다. 경기도지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임을 되새겨야 한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