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지난 28일 자영업자, 소상공인 채무 탕감 및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시행안을 확정 발표했다. 발표 전에는 은행들이 손실 최소화를 위해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논란이 됐던 현안이다.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지원 대상이다. 3개월 이상 대출 상환을 연체한 '부실 대출자'에 대해서는 보유 재산을 넘긴 대출 원금의 60~80%를 탕감해준다. 취약계층은 90%까지 탕감해준다. 이자가 면제되고 탕감 후 부채 잔액은 1년 뒤부터 10년 분할 상환할 수 있다. 연체가 장기화할 우려가 있는 '부실 우려 대출자'는 원금 탕감 혜택은 없지만,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 뒤 1년 동안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지원 대상자들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없애 줄 부실 대출 규모는 총 30조원이다.

이 같은 새출발기금 시행안이 공표되자 고금리 시대에 허덕이며 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성실한 대출자들이 심리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정부는 부채 탕감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지만, 사실상 지원 후 감독이 없었던 현금 지원 정책의 맹목성을 경험한 국민들은 부채 탕감을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짐작한다. 살인적인 고물가와 고금리에도 허리띠를 졸라매어 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사람들만 바보가 되기 십상이라는 항변이다.

역차별도 우려한다. 한시적인 새출발기금이 소진된 이후 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이자 갚다 아무 지원도 못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계 상황에 몰린 국민의 채무 탕감을 시기와 정권에 따라 복불복식으로 시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또한 새출발기금 시행으로 금융사들은 부실 채권을 싼값에 캠코에 넘겨야 하고, 연체 이자를 면제해주는 등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 손실을 메우려 성실하게 원리금을 납부하는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손실을 전가할 경우 성실 대출자들의 고통은 깊어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와 금융위는 이를 의식한 듯 성실 대출자들에게 맞춤형 정책자금 지원,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전환 등 다양한 대책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 탕감이라는 정부 결단에 비해, 혜택을 보려면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정책들이다. 성실 대출자들의 이자 감액 등 현실적인 금융지원 결단을, 새출발기금 수준으로 병행해야 형평성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