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은 경기남부 교통의 중심이다. '사통팔달' 전국 곳곳을 연결하는 수원역은 경기도 행정의 중심 수부도시 수원특례시의 관문이자 찾는 이에게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수원의 얼굴이다.

수원역 동부역세권을 되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수원도시재단 상권활성화센터와 매산로테마거리·수원역몰(舊 수원역전지하도상가)·매산시장·역전시장 상인회는 수원역 동부역세권의 르네상스를 꿈꾼다.
수원역 동부역세권, 잃어버린 '오감'을 되찾는다

수원역 로데오상권은 2030세대에겐 또래들과 모이는 '약속의 광장', 중장년층엔 소싯적을 회상하는 '문화 집합소', 노년층에겐 먼 길 떠나는 나그네의 향수가 남은 '추억 저장소'다.

수원역은 1905년 경부선 개통 당시 자리 잡은 뒤 세 차례 역사(驛舍) 신축을 한 결과 유동인구와 규모 면에서 경기도 최대 철도역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역사 주변은 여느 원도심과 마찬가지로 낙후됐다. 늙은 도심의 잃어버린 오감을 되찾기 위한 회복이 절실했다.

이에 수원도시재단은 도시재생과 상권르네상스를 융합해 시너지를 내도록 매산동 도시재생사업과 상권활성화사업을 아우르는 수원역세권 도시활성화사업단을 조직했다.

수원도시재단은 세계 최초의 융·복합 도시 거버넌스 기구로 복잡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접근 방법을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조성,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하는 수원특례시 출연기관이다.
2030에겐 '약속의 광장' 중장년층엔 '문화집합소'
경기도 최대 철도역이지만 여느 원도심처럼 낙후
수원도시재단, 잃어버린 오감 되찾기 위해 나섰다
수원 역세권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2018년 9월 수원시의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선정으로 시작됐다. 오는 2023년 9월까지 수원 역세권 매산로테마거리상점가와 수원역몰, 매산시장, 역전시장 등 상권활성화구역 14만5천131㎡에 총 사업비 80억원(국비 50%, 시비 50%)을 투입한다. 수원시의 원도심이자 대표 전통시장을 특색 있는 곳으로 되살리는 게 주목적이다.

수원역 동부역세권의 쇠락은 민자역사 신축과 맞닿아있다. 서부 역세권에 대형 쇼핑몰이 연달아 들어서면서 역 주변 전통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게다가 신시가지 개발로 인한 원도심 인구 유출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지난 2013년에서 2015년까지 매산시장의 매출은 36.36% 감소했다.

그림자 드리운 상인들의 얼굴에 상권 르네상스 사업은 생기를 불어넣었다. 사업 5년차를 맞이하기까지 우수 점포를 발굴하고 상권 특색에 맞는 축제와 이벤트, 찾아가는 버스킹 등 문화 사업을 기획하는 등 짜임새 있는 지원으로 상권활성화구역에 활력을 북돋았다.

특히 상인과 상권의 스토리를 담은 시티팝 '로데오 나잇(Rodeo Night)', 트로트 '역전드라마'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유튜브 홍보에 활용해 각광을 받았다. 아울러 상인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을 교육하고 온라인 스마트 상권 입점 등 유통망 확대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도시재생' 매산동에 덧입힌 상권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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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르네상스 사업 우수점포로 선정된 수원역 대가주점. /수원도시재단 제공

도시재생은
기반시설·주민공동체 거점 건립에 초점
상권 활성화는
매출 증대 위해 개별 점포를 지원할 수 있다
르네상스(renaissance)와 도시재생을 뜻하는 어반 리제너레이션(urban regeneration) 모두 다시, 재차 등을 뜻하는 're'를 접두사로 쓴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은 모두 과거의 영광을 되돌리고 회복하는 데 맥이 닿아있는 셈이다.

수원역을 감싼 매산동은 상권 르네상스 사업보다 먼저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로 선정된 곳이다. 매산동 도시재생뉴딜사업은 2017년 국토교통부 중심시가지형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첫 발을 떼 오는 12월까지 진행된다.

매산동의 인구는 사업 선정 직전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간 꾸준히 감소했다. 사용승인을 받은 지 20년 이상 지난 건축물 비율도 73.04%(1천317동 중 962동)로 높았다. 인구 감소와 노후 건축물 고비율은 낙후된 도시를 나타내는 전형적인 지표다.
수원역 감싼 매산동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
250억 배정… 도시재생 거점 공간으로 조성
도시재생 빈틈, 상권 르네상스 사업이 메워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매산동엔 전체 250억원의 사업비가 배정됐다. 대부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비용이다. 소상공인 먹거리 창업 특화를 위한 공유주방과 청년푸드창업허브 거점인 매산동 어울림센터와 청년 소셜벤처 창업보육 공간인 청년 인큐베이터센터, 공공상생상가 등으로 꾸미는 모두다어울림센터 등을 도시재생 거점 공간으로 조성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개별 가구 또는 소상공인 점포를 직접 지원할 수 없고 도시 미·경관 개선 등 인프라 구축과 거점 공간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제약이 있다.

도시재생의 빈틈을 상권 르네상스 사업이 메웠다. 윤주희 수원도시재단 상권활성화센터 팀장(타운매니저)은 "도시재생은 기반시설과 주민공동체 거점을 건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상권 활성화는 매출 증대를 위해 개별 점포를 지원할 수 있다"며 "열악한 시설의 노포(老鋪)와 옥외 간판 등을 특색에 맞춰 개선한 사업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과 상권 르네상스를 위한 사업단의 전략은 감각적이다. ▲이야기를 담은 멋있는 매산동 만들기(시각) ▲언제나 상쾌하고 깨끗한 매산동 만들기(후각) ▲수원에서 가장 맛있는 먹거리 만들기(미각) ▲귀가 즐거운 활기찬 매산동 만들기(청각)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 가득한 매산동 만들기(촉각) 등 오감이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수원역세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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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역세권도시활성화사업단 상권활성화센터는 지난 7월9~10일 수원역 로데오 상권 일대에서 '수원역 로데오 축제 2022 여름이야기' 축제를 진행했다. /수원도시재단 제공

지난 26일 매산동 어울림센터 3층 테라스에 수원역세권 시장 상인회장들과 김승일 수원도시재단 수원역세권 도시활성화사업단장을 비롯한 사업단 직원들이 모였다. 상권 르네상스 사업 5년차를 맞아 그간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매산로테마거리와 수원역몰, 매산시장, 역전시장을 대표하는 캐릭터들도 간만에 햇볕을 쬐었다. 각각 매리(매산로테마거리상점가), 래미(수원역몰), 매화(매산시장), 용사(역전시장)라는 이름의 캐릭터다. 각 상권의 특색을 잘 살린 캐릭터 도안을 공모를 통해 선발, '수원역 로데오 프렌즈'라고 명명했다.

김승일 단장·시장 상인회장, 발전 방향 모색
"슬럼화 겪던 우리 지역 달라졌다" 이야기
'차 없는 거리' 주민 자치 성과 이뤄내기도

한성철 매산로테마거리상점가상인회장(수원시상인연합회 부회장)은 "르네상스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 덕분에 슬럼화를 겪던 우리 지역이 달라졌다"며 "지저분한 것들을 깨끗이 정화해 수원역을 쾌적한 공간으로 바꾸려고 상인들도 노력하고 있다. 지역 상권활성화를 목표로 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 이후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상가건물형 시장으로 조성된 매산로테마거리는 수원역과 인접하고 다양한 버스 노선이 있어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무분별한 길거리 흡연과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상권 위축을 타파하고자 상인들은 스스로 차 없는 거리를 택했다. 평일과 주말 관계 없이 매일 오후 거리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 아래로부터 위로의 의사 결정으로 '차 없는 거리'라는 주민자치 성과를 이뤘다. 사업단은 보다 나은 보행 환경을 위해 테마거리 주 도로 정비를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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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도시재단 수원역세권도시활성화사업단은 지난 7월9일 수원역 로데오 콘테스트 시상식을 열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대상 3팀에 수원시장상을 수여했고, 최우수상과 우수상 6팀에는 허정문 수원도시재단 이사장상, 장려상 6팀에는 시상금을 전달했다. /수원도시재단 제공

수원역세권 상권 르네상스를
원도심 되살리기의 표본 삼을 수 있도록

매산시장은 수원역 지하철 1호선 바로 앞에 있는 전통시장(2011년 인증)이다. 각종 식재료와 생필품을 주로 판매한다. 홍혜숙 매산시장상인회장은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통해 시설이 낡은 전통시장에서 반 아케이드(건물 사이에 있는 길에 지붕을 씌우는 형태)를 씌워 쾌적하고 세련된 시장으로 바뀌었다"며 "먹고 즐기고 사고 싶은 물건이 가득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전통시장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했다.


꽃과 액세서리, 휴대전화 판매점이 늘어선 수원역전지하도상가는 '수원역몰'로 명칭을 바꾸고 새단장 중이다. 이정구 수원역몰상인회장은 "70년대 지하상가 이미지를 탈피해 신세대 개념으로 명칭을 바꿨다"며 "지상과 지하를 잇는 출입구 정비가 마무리되면 대형 백화점보다 쾌적하게 변화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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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도시재단 수원역세권도시활성화사업단과 역세권 상인회장들. 뒷줄 왼쪽부터 김승일 수원역세권도시활성화사업단장, 홍혜숙 매산시장상인회장, 장석산 역전시장상인회장, 이정구 수원역몰상인회장, 한성철 매산로테마거리상점가상인회장, 상권활성화센터의 윤주희 타운매니저, 신은지 대리, 김형진 주임, 매산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의 유미래 주임, 최희진 대리, 변성훈 주임, 황혜홍 주임, 사윤경 인턴. /희망둥지협동조합 제공

집합건물형 시장인 역전시장의 장석산 상인회장도 "상권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외부 조명을 설치하고 흡연 부스를 둬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며 "다양한 체험과 즐길거리 가득한 공간으로 가꾸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주희 타운매니저는 "도시재단의 주요 사업인 도시재생과 마을만들기, 상권 활성화 등을 콜라보(collaboration)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업 전후 상권 분석에 돌출 변수가 생겼지만, 수원역세권 상권 르네상스를 원도심 되살리기의 표본으로 삼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