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난 2일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기 위해 당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비상상황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로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권한이 비대위 구성으로 상실된다는 조항도 명시했다. 그리고 오늘 이를 전국위원회에서 의결하고 8일 새 비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늘 열리는 전국위 개최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법원은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이 청구한 집행정지 이의신청과 함께 오는 14일 심리할 예정이어서 새 비대위 출범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법원은 이 전 대표가 청구한 가처분신청을 사실상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국민의힘이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의 근거로 비대위의 구성 요건을 '당 대표의 궐위와 최고위원회의 기능 상실' 등에 국한한다는 당헌 규정을 들었다. 국민의힘의 주류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당헌 당규를 고치고 이에 따라 새 비대위 구성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에 의해 비대위 구성의 정당성을 상실하자 당헌 당규를 고쳐 비대위를 또 다시 출범시키겠다는 발상에 놀랄 뿐이다. 전형적인 꼼수 당헌 개정이다. 어떻게든 이 전 대표를 몰아내기 위하여 무리수를 연이어 범하고 있는 것이다. 당 윤리위가 경찰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 전 대표 징계를 속전속결로 처리하고 최고위원들의 줄사퇴 등 짜여진 각본에 의해 비대위를 구성한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의원총회에서는 이 전 대표의 발언 등에 대해서도 추가징계를 요구했고 윤리위는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이한 것은 초재선 의원들의 행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초재선의 소장파들이 당의 무리수를 지적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함에도 오히려 비대위 재구성의 문제를 지적하는 중진들을 공격한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윤심'과 공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의힘의 새 기풍을 진작시키려는 패기와 용기조차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새 원내대표를 뽑아서 대표 직무대행을 맡기고, 이 전 대표도 선당후사의 자세를 보일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정도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권당다운 정치력과 당의 위기에 대해 해결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