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기후 우울증이 새로 등장해 관심을 받고 있다.
기후 우울증은 기후위기 상황을 보며 느끼는 불안·스트레스·분노·무력감 등을 포괄하는 말로, 2017년 미국 심리학회에서 정의한 우울장애의 일종이다.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나서 기후 우울증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등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기후 우울증은 환경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농부나 과학자 등이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농업분야에서 온난화에 따른 자살이 30년 동안 5만9천300건에 달한다고 밝혔고, 연간 강수량이 1㎜ 증가하면서 자살률이 7% 떨어졌다는 점에서 기후 우울증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 역시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이상기상 현상을 겪으면서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앞으로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 잘 느끼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가까이서 변화 체감 농부·과학자, 불안·스트레스 느껴
청소년도 폭염·집중호우·가뭄 겪으며 앞날 걱정 증가
모건스탠리 투자 보고서 '관련 공포, 출산율 저하 영향'
지난해 영국 배스대학교 연구팀이 전 세계 10개 나라 청년 1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후위기 때문에 '미래가 두렵다(77%)'는 반응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슬프다(68%)', '불안하다(63%)'는 대답이 나왔다.
이와 유사하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청소년 500명에게 물은 결과, 88% 이상이 '기후위기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한다', 58%는 '기후위기 때문에 자녀 갖는 걸 고민한다'고 답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기후 우울증 문제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심지어 지난해 7월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분석 보고서에 '기후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으며 실제 출산율 저하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기후 우울증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영국에서는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출산 파업(Birth Strike)' 운동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