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와 하천변 지하시설이 기상이변의 안전 취약지대이다.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민 9명이 실종, 그 중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8월 초 서울 강남권에서도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한 시민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등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지하 주차장에서 고립되는 일이 발생했다. 인천시에서도 태풍 '힌남노'가 몰고온 기습호우로 부평구 십정동의 한 건물이 침수되어 소방당국이 긴급 배수작업을 벌여야 했다.

침수지역 피해는 구조적 원인부터 파악해야 한다. 인천시의 시가지 대부분이 해안매립지로 이뤄져 있으며 하천 복개지역도 많다. 부평구와 미추홀구의 상습 침수도 이 때문이다. 부평구의 굴포천변 복개지역과 주안염전을 매립한 십정동 일대, 미추홀구의 승기천 상류복개구간 주변이 상습침수지역이다. 지난 8월 8일 집중호우 때는 부평구청 사거리 인근이 침수됐다. 도심 침수의 문제는 대부분 하수관로와 배수펌프 문제이다. 또 상습침수지역의 경우 침수나 복개천 범람 경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습 폭우로 인한 지하시설 침수는 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진다. 이번 포항의 아파트 주차장은 8분 만에 완전 침수됐다. 침수는 급속도로 진행되지만 탈출구가 없는 폐쇄구조인 탓에 사고발생시 구조활동이 쉽지 않다. 그만큼 예방활동이 중요하다. 지하시설 관리 매뉴얼도 필요하다. 포항 주차장 사태는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혼동한 데서 발생한 측면이 없지 않다. 지자체는 하천범람이나 지하 시설 침수가 우려될 때 안전우선의 원칙에 입각해서 주민 대피와 경고를 먼저 내려야 한다.

상습침수지역의 경우 지하시설의 입구에 빗물 유입을 차단하는 차수문이나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차수문이나 차수판은 주차장 입구의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가 침수 우려시 수문처럼 세우거나 설치하여 빗물을 차단하는 간단한 장치이다. 차수문은 지난 8월 강남역 일대 침수사태 때 그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현행 건축물 관련 물막이 설비 설치의무 대상은 연면적 1만㎡ 이상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다, 그나마 2012년 이전 건축물의 경우 설치의무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기준면적 이하의 건축물과 2012년 이전 건축물에 설치를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