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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침수 피해 직후 안양 박달1동 김모(87)씨의 반지하방.2022.8.11 /김동한 기자 dong@kyeongin.com

유례없는 폭우로 반지하 가구가 침수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를 복구하지 못했다. 이재민들은 한가위에도 근심 속에 명절을 보내게 됐다.

8일 찾은 피해 지역인 안양 박달1동과 군포 산본1동. 박달1동 이재민은 대체로 복구 작업을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 세간살이를 장만하진 못했다. 복구가 덜 된 산본1동은 아직도 이재민 77명이 임시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두 지역 모두 추석 명절을 기대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박달1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김모(87)씨는 지난달 11일 만났을 때보다 얼굴색이 환했다. 지인에게 8만원을 빌려 장판을 새로 한 덕분에 일주일 전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침수로 유일한 낙인 TV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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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복구 작업을 못한 군포 산본1동 이모(71)씨의 반지하방. 2022.9.7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김씨는 "아내가 요양병원에 있는데 1년 동안 연락이 안 된다. 그 기간 동안 자식들도 본 적이 없다. 이번 추석에도 혼자 지낸다"고 밝혔다.

산본1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선 이모(71)씨가 의자에 앉아 8년 동안 거주한 자기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한 달 동안 비가 꾸준히 내린 탓에 집안 곳곳은 아직도 축축했다. 이씨는 한 달 동안 시에서 마련한 임시대피소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같이 침수 피해를 입은 이웃집 두 곳이 지상층으로 이사 갔지만, 연금 30만원으로 생활하는 이씨는 이사 갈 여력이 없었다.

이씨는 "4년 전 퇴행성 무릎 관절염 진단을 받은 후 일을 그만뒀다. 옆집은 젊은 남자가 살았는데 침수된 날 바로 다른 집을 알아보더라"라며 "혼자 산 지 30년이 됐다. 아들 둘이 있는데 연락은 안 하고 지낸다. 추석 때 동생이 아마 전화하면 오랜만에 얘기나 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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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복구 작업을 마친 안양 박달1동 김모(87)씨의 반지하방. 2022.9.7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이씨의 집 인근 반지하에 거주하는 문모(80)씨는 임대인과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놓고 다퉜다. 이날 임대인이 내려와 문씨에게 재난지원금 절반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은 피해 주택 수리 비용 명목으로 실거주자인 세입자에게 지급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정부는 '세입자인 실거주자 미수리 시 소유자와 절반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놓았다. 세입자가 주택을 수리하지 않고 지원금만 받고 이사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재난지원금 절반을 달라고 말하면서 갈등이 벌어지는 셈이다.

문씨는 "이전까지 집주인이 자기가 다 수리해줄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절반을 달라고 했다"면서 "침수 피해로 1천만원 정도 날렸다. 200만원도 모자른데 거기서 100만원을 달라니 너무한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