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한림농원 한관희(39) 대표는 청년 농부다. 30대 농부는 복숭아 농사에선 단연 '프로'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하던 농장을 이어받아 스물넷부터 농사에 매진해왔다. 올해로 15년째, 복숭아로 잔뼈가 굵었다.
한 대표는 4년 만에 열린 이천 '햇사레 장호원복숭아 축제'의 일환으로 진행된 복숭아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장호원 복숭아는 복숭아 중에서도 최고봉으로 꼽히는데, 그런 장호원 복숭아 중에서도 가장 좋은 복숭아를 키워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 대표의 복숭아가 당도와 색, 모양 등이 모두 우수했다는 게 이천시 설명이다.
4년만에 열린 장호원 축제서 '영예'
30대지만 '경력 15년' 프로중의 프로
햇사레 브랜드 '큰 프리미엄' 자부심
한 대표는 "'농작물은 주인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복숭아도 생물이니 사람처럼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착을 갖고 좋은 과일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여러 교육도 받고, 복숭아가 좋다는 과수원이 있으면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점이 쌓여 복숭아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를 터득하게 됐다"며 "특별한 비법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하나씩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확기에 폭우가 내렸던 올해는 특히 복숭아 농가들의 시름이 깊었다. 호우 피해로 생산 물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한림농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과수농사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날씨다. 올해처럼 수확기에 비가 많이 왔던 해가 없었다. 낙과 피해나 병충해가 커서 수확량이 줄었다. 아무리 좋은 과일을 키워내도 날씨가 나쁘면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건비가 높아졌고, 자재비 역시 늘어나 순수익 자체가 낮아진 점도 농가로선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농부로서 가장 중요한 일은 '좋은 복숭아'를 만드는 것이라는 게 한 대표의 믿음이다. 한림농원은 그의 아버지, 어머니의 성을 따 작명한 것인데 농원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좋은 복숭아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올해 가장 우수한 복숭아를 키워낸 한 대표는 "'햇사레'는 복숭아 브랜드 중에서도 큰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햇사레 복숭아로 판매할 수 있는 데 자부심이 크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며 "15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된 점은 물건이 좋으면 가격이 비싸든 싸든 소비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 복숭아도 한번 먹어본 소비자들이 맛있다면서 주변에 선물하고, 선물받은 사람이 또 입소문을 내면서 점점 단골이 늘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복숭아를 생산하는 게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