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취급을 받는 경기도 민간 무료급식소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무료급식소들이 구도심에 자리 잡고 있어 개발 바람에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무료 급식소 쇠퇴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안양에서 23년째 취약계층에게 무료 도시락을 제공하는 유쾌한공동체는 최근 일대 재개발로 대체 부지를 구해야 할 처지다. 안양 만안로 일대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10월부터 사무실을 비워야 하는 것이다.
이미 재개발이 예고될 때부터 대체 부지 물색에 나섰지만 무료 급식소 사무실을 반기는 건물주를 찾기가 힘들었다. 사회적 약자계층이 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윤유정 유쾌한공동체 사무국장은 "고물가도 문제인데 급식소 자체를 운영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안양 '유쾌한공동체' 내달엔 비워야
고물가 근심에 반기는 건물주도 없어
현재 경기도에서 자격이나 대가를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은 11곳으로 파악된다. 이 중 성남 2곳을 제외하고 9개 민간 급식소는 지자체 지원과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운영은 물론이고 시설 이전 등에 따른 모든 절차를 민간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수원역 인근에 '무한돌봄 정 나눔터'를 개소한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역시 갖은 어려움 끝에 겨우 부지를 구할 수 있었다. 나눔터를 마련하기 전까지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음식을 먹는 식으로 거리에서 운영해 오다 공공의 도움으로 장소를 찾은 것이다.
고동현 수원다시서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실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급식소가 혐오시설처럼 인식되다 보니 부지를 찾으려 해도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래도 여러 기관의 도움을 받아 부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눔터는 경기도, 철도공단, 수원역사와 연결된 AK플라자 등의 협의로 공간을 마련했다.
경기도 9곳 지자체 지원 없이 운영
수원역 나눔터도 비 맞고 거리 전전
"사각지대 메우는 민간복지 중요"
민간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는 노인복지시설 등과 달리 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 없이 이용할 수 있어 공공이 미처 살피지 못한 사회 약자층을 품을 수 있는 필수 시설로 꼽힌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모든 영역에 복지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급식소 같은 시설이 사각지대를 메워주고 있다. 이런 민간복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 역할일 것"이라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