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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찾은 파주 조리읍 한 제조업 공장의 이주노동자 숙소 모습.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과 150m 떨어진 한 공장의 간이 숙소에서 지난 2월 화재로 인도 출신 노동자가 숨졌다. 또 지난 8월에는 폭우 당시 산사태로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그럼에도 해당지역 공장들은 간이 숙소에 이주 노동자들을 거주시키는 실정이다. 2022.9.2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화장실이 멀어서 불편할 뿐 외국인 숙소가 다 이렇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이주노동자)

반복되는 비극에도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숙소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주로 영세한 사업체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 개선을 위해선 공공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전 찾은 파주 조리읍의 한 제조업 공장단지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공간을 이주노동자 숙소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불과 150m 떨어진 한 공장의 간이 숙소에선 화재로 인도 출신 이주노동자가 숨지는 사고(2월 23일자 7면 보도=[뉴스분석] 파주 식품공장 화재… 인도 국적 A씨 사망)가 지난 2월 벌어졌다. 당시 숨진 이주노동자는 화재에 취약한 컨테이너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 지난 8월 폭우 당시 컨테이너에 거주하던 이주 노동자가 산사태에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사고가 난 지 반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 공장들은 화재 등 재난에 약점이 있는 간이 숙소에 이주노동자들을 거주시키는 실정이다. 이날 찾은 숙소는 19㎡ 남짓한 공간을 간이 벽으로 구분해 방을 나눴고, 벽지도 바르지 않은 하얀 패널 벽에 옷가지 등이 걸려있었다. 화장실은 숙소 근처가 아닌 공장 작업장 한가운데 있는 형편이었다. 


화재에 산사태로 생명 앗아갔지만
파주 공장 샌드위치 패널로 공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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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찾은 파주 조리읍 한 제조업 공장의 이주노동자 숙소에서 에어컨 하나를 방 두 개가 나눠쓰고 있다. 2022.9.2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이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화장실이 멀어서 불편할 뿐 외국인 숙소가 다 이렇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고 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대시설 제공 영세업체 벅차
시나 도에서 지원해주면 큰 도움 돼 
(제조업 공장 업주)
제조업 공장 업주 A(50대 중반)씨는 "양질의 숙소를 짓고 싶어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공장 근처에 건폐율이 남지 않으면 지을 데가 없어서 다른 임대 공간을 알아봐야 한다. 게다가 소방시설, 상하수도 개설 같은 걸 알아보는 것도 영세 업체 입장에선 벅차다"고 토로했다.

가죽 신발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김모(50)씨는 "솔직히 제조업이 기피 업종이라 한국인 노동자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주고 있지만, 숙소 같은 부대시설을 제공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고민이 된다"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업체가 사실상 영세업체들이 많으니 시나 도에서 지원을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재난 취약한 환경… 화장실도 불편
"영세업체 많아 지자체 지원 필요"
 


화재 방지 등의 합법적인 요건을 갖춘 숙소를 마련하는 일이 사업주 개인의 노력으로는 힘들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는 각 지자체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제조업체가 영세한 곳이다 보니, 합법적인 숙소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업주 개인의 문제라고 보면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 시나 군에서 땅을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대규모 제조업 단지 같은 경우 공용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