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인사말'이다. 이 말은 매일 신문 지면에 나의 이름과 함께 새겨진 기사를 누군가가 읽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사실을 알리는 글'을 쓰는 기자로서 존재 가치를 부각하고, '더 좋은 기사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하게 되는 인사말이다. 반면 하루에 수십명의 취재원을 만나는 기자에게 이러한 인사말이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괜한 부끄럼이 든다.
윤석열 정부를 향한 '지도력 공백'이란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두 달 만에 30%대를 기록한 뒤,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에만 22명의 인명피해를 일으킨 중부지방 집중호우 사태 때는 '무정부 상태'라는 검색어가 SNS에 대거 등장했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878억원 용산 영빈관' 신축 계획 관련 예산서에 정부가 수혜대상을 '국민'이라 적으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직면했다.
여야 정치권도 지도력을 둘러싼 논란에 처한 건 마찬가지다. 여당은 민생 해결 대신 여전히 이준석 전 대표 징계 여부를 두고 내홍을 수습하지 못했고, 윤핵관 사이에서 당권 경쟁만 반복하고 있다.
야당은 '권력 견제' 기능보다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를 막는 데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의회 다수당으로서 쥐고 있는 입법 권한을 정쟁 소재에만 이용할 위기에 처해있다.
오늘 이들을 마주쳤을 때 건넬 수 있는 인사말은 무엇일까. '공동체를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는 지도자로서 가지는 존재 가치와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이라는 정치권의 정체성.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인사말을 위정자들에게 건넬 수 있을까.
/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