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방문 기간 불거진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로 규정하면서 진상 파악을 요구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며 공방을 벌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MBC의 행태에 대해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해명이 '거짓'이라며, 사태를 불러온 외교 라인과 대통령실 참모진의 대대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불은 윤 대통령이 직접 공세 모드로 전환하면서 책임공방전으로 확산됐다.
"국민 위험 빠뜨려… 진상 밝혀야"
대통령실 "허위보도… 적극 대응"
윤 대통령은 5박 7일간의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후 용산 대통령실에 첫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논란의 발언을 미 의회 또는 바이든 대통령과 연결 짓는 것을 "동맹을 훼손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규정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상 규명의 필요성까지 강조했다.
그러자 이재명 부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순방외교와 같은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에서 허위 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악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동맹을 희생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일"이라며 "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국민이라는 점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싶었던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도 "허위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동맹을 희생시킬 수 없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 됐다"며 적극 대응 의지를 밝혔다.
국힘 "MBC 조작 자막 법적조치"
민주 "외교참사 관련자 전면교체"
여당도 공세를 이어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의 행태는 이대로 도저히 두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논란의 발언에 대한 제대로 된 사실확인 없이 '조작 자막'을 달아 내보냈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MBC 박성제 사장 사퇴와 사과방송 실시를 촉구하고 ▲보도 관련자 명예훼손 고발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및 손해배상 청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소 등도 예고했다.
반면 민주당은 일제히 포문을 열고, 여권을 향해 화력을 쏟아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민생 위기에 외교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면서 "야당이 힘을 내 잘못은 신속하게 바로잡고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올렸다.
관련 인사들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번 순방 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호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외교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건의안은 이르면 27일 발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종·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