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폐쇄 40년 만에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 희생자 유해 시굴 작업이 시작됐다.
26일 오전 11시께 소설가 김훈은 "농경지 한복판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야만 행위가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었다. 사실의 힘에 의해서만 화해가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 개토제에서 많은 사실들이 확인돼 사실의 힘에 의해서 화해의 단초가 잡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추도사에서 드러나듯 선감학원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의 전사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1942년 안산 선감도에 설립한 아동 강제수용소다. 일제 패망 이후엔 경기도가 부랑아 갱생 목적으로 1982년까지 운영했다. 강제 수용된 원생들은 구타, 고문, 강제노역 등에 시달렸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는 최소 4천691명이다. 이 중 사망한 150여명이 선감묘역(선감동 산 37-1) 이른바 '배꼽산'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가 묻혔다는 증언만 있는 상황이라 본격적인 발굴 전 시굴이 시작된 것이다.
"국가 권력에 의한 야만행위"
아동 인권침해… 150명 묻혀
삽·손호미로 긁는 방식 작업
삼형제가 모두 선감학원에 강제 수용된 안영화(70)씨 형제는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슬렀다. 안씨는 "열세 살 때 이곳에서 내 손으로 죽은 동료를 직접 묻었다. 도망치다가 실패해 바닷물에 떠내려왔던 친구다. 정확히 어디에 묻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굴 작업은 3~4명의 작업자가 삽과 손호미를 사용해 흙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힘없는 어린아이들이 유해를 직접 묻어 깊게 묻히지 않은 상황이라 포클레인을 사용하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굴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며 시굴 허가 면적은 900㎡다. 유해와 유품이 발견되면 인류학적 감식을 거쳐 성별과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