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한 곳은 서귀포의 한 시립미술관이었다. 이곳에는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뿐 아니라 바람과 폭포, 말 등을 소재로 '제주다움'을 기꺼이 드러내는 지역 출신 화가들의 작품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나선형의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저 멀리에서 눈에 들어온 한라산의 줄기와 산안개가 섞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인 양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이렇게 전시장을 망라한 작품을 감상하는 데 천원의 입장료만 내면 됐다.
두 곳 중 굳이 한 곳만 찾아야 한다면, 나는 고민 없이 후자의 미술관으로 향할 것이다. 물론 어떤 고매한 예술적 판단 기준이 있어서가 아니다. 가성비 면에서 시립미술관이 높다는 점에 따른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미술관을 나온 이후 마음 한구석이 그 기억에 저당 잡힌 채 이끌렸고, 여전히 떠오르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면서 '헐값' 내지는 공짜로 예술작품을 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그동안 관람 요금에 따라 예술작품의 자격을 나누거나, 그것을 핑곗거리로 작품의 '후진성'을 찾는 데 몰두하진 않았을까.
'2022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지난 주말 개막했다. 화홍문을 캔버스 삼은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그중 백미다. 요금을 내면 간이 좌석에 앉아 편히 공연을 감상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수원천 제방 위 난간에 기대어 서서 공짜로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 축제는 앞선 제주의 기억에 이어, 공짜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을 흔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조수현 문화체육레저팀 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