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갈색 흙더미에 일정한 크기의 네모난 물체가 알알이 박혀 있었다. 언뜻 돌멩이 같아 보였던 네모난 물체는 핀셋으로 집어내자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냈다. 치아였다. 여러 치아의 흙을 털어내 순서를 짜맞췄더니 어금니 치열이 완성됐다. 치아 크기는 고작 1㎝. 어린 아이의 치아였다.
29일 오후 작업에 나섰던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는 이날 발견된 치아가 5~12살 정도의 아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단추도 두 종류가 발굴됐는데 선감학원 원생의 하계·동계복에 달린 것과 일치했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희생자의 유해 시굴이 시작(9월27일자 1면 보도=행여 여린 아이들 다칠세라… 살포시 흙 치우며 '미안, 미안')된 지 나흘째가 된 가운데, 유해 매장지에서 유해와 유품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치아 40여개·단추 4개 이상 발견
대책協, 선감묘역 전수조사 요구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와 한국선사문화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시굴이 시작된 후 이날 오후 2시까지 발굴된 치아는 40여 개, 단추는 4개 이상이다.
발굴 작업을 한 5개 봉분에서 모두 치아와 단추가 발견됐으며, 이날 작업을 시작한 57호 봉분에서도 오전 11시께 치아가 여럿 발견됐다. 발굴된 유해와 유품은 향후 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성별과 나이,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유해 발굴 작업을 맡은 이승원 한국선사문화연구원 부원장은 "오후 2시 기준 치아가 모두 40여 개 정도 발굴됐다.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 5곳을 발굴했는데 전부 유해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감묘역 시굴 현장을 찾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은 선감묘역 전체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감묘역에서 발굴되는 유해와 유품이 무연고자가 아닌 선감학원 원생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김영배 선감학원 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발굴되는 단추가 두 종류인데, 모두 그 시절 원생이 입었던 하복과 동복의 단추랑 똑같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맞다"면서 "시신 150여구가 묻혀 있다고 추정되는데 모두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한·김산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