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안모(43)씨는 '새출발기금' 시행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안씨 역시 많은 빚을 졌지만 틈틈이 갚아왔는데, 90일 이상 상환하지 않으면 원금을 최대 80% 감면해준다니 허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난 2년간 자영업자 중 어렵지 않았던 사람이 어디있냐. 그래도 꿋꿋하게 빚을 갚아왔다. 그런데 성실하게 갚아온 사람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 이렇게 빚을 탕감해주는 것을 알았다면 애초 무리해서 빚을 갚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대출상환을 장기 연체한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새출발기금'이 4일 공식 출범한다.

시행을 앞두고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자영업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8월30일자 12면 = 죽기살기로 이자 갚은 소상공인 "새출발기금 허무해")가 거세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상환 연장과 맞물려 금융권에서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90일 이상 장기연체 60~80% 감면
지난달 사전 신청 채무액 4027억

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에 따르면 새출발기금은 총 30조원 규모로, 90일 이상 대출 상환을 장기 연체한 부실 차주에 대해 60~80%의 원금을 감면해준다. 장기 연체에 빠질 위험이 큰 부실우려 차주에 대해선 연체 기간에 따라 금리 조정을 지원한다. 4일부터 온라인과 현장상담 창구 신청이 진행된다. 앞서 지난달 27~30일까지 사전 신청을 받은 결과, 29일 기준 2천27명이 신청했다. 채무액은 4천2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자영업자가 500만명 이상임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대출을 받았던 자영업자 상당수가 90일 이상 연체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시행에 따른 역차별 논란이 여전하다.

'성실상환 역차별' 형평성 제기도
대출 회수 우려, 금융권도 부담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영업자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새출발기금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자영업자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게 맞지 않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금융권에서도 내심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가 결정된 가운데 새출발기금까지 시행되면서 금융권으로선 빌려준 돈을 제때, 제 금액대로 받을 수 없는 데 대한 부담이 뒤따르는 것이다. 캠코는 새출발기금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캠코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에 대한 논란은 이미 금융위원회가 수차례 해명한 부분"이라며 "4일부터 계획대로 현장 신청과 온라인 신청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