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에 만연한 '자가진료'로 인해 대동물수의사들(9월20일자 1면 보도=수의사들 큰 동물 기피… '축' 잃는 축산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동물은 자가진료가 가능해 수의사들의 진료 건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축동물의 진료비를 지원하도록 '가축질병치료보험'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에 따르면 '축산농가에서 본인이 사육하는 가축'에 대해서는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진료가 가능하다. 지난 2017년 반려동물 자가진료는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여전히 농장동물의 자가진료는 허용된다.
반려동물과 달리 '불법' 아냐
업계 "가축치료보험 확대를"
경기도의 한 소농가 주인 이모씨는 "우리도 오래 일을 하다 보니 동물 상태를 보면 수의사를 불러도 되는지 아닌지 안다"며 "정말 원인을 알기 어려울 때만 수의사를 부른다. 과거에는 소 한 마리가 큰 재산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가축동물을 주로 진료하는 대동물수의사들의 진료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수술까지 이뤄지는 상황이다.
수의사 A씨는 "실제로 농장 냉장고에 구비된 약품을 보면 수의사 약품과 비슷하다. 수술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뜩이나 대동물수의사들이 어려운데 갈수록 순수진료의 비중은 줄고 국가 방역, 농장 컨설팅 등의 업무 비중이 커진다. 순수진료 비중은 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가진료로 소비자들도 안전한 축산식품을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수의사 B씨는 "자가진료의 폐해는 '약물 오남용'이다. 농가에서 무분별하게 약물을 사용하다 보면 소비자들도 안전한 축산식품을 공급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가축질병치료보험'을 통해 정부가 농가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료의 50%는 국비로 지원하기 때문에 농가는 진료비 부담을 덜고, 보험금 지급 한도 내에서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수의사 B씨는 "지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가축질병치료보험을 시범 도입했는데,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가축질병치료보험이 시행되면 농가가 자가진료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