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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최근 즐겨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에서 한 인물이 2가지의 면모를 보인다. 일상생활에선 매일 같은 옷을 입는 평범한 경리로, 퇴근 후에는 화려한 삶을 사는 또 다른 인물로. '본캐(본래 캐릭터)'와 '부캐(부가 캐릭터)'를 넘나들던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진화영(경리)이 부캐일 수도 있어."

본캐와 부캐를 넘나드는 삶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 주변만 해도 한 지인은 낮에는 초등학생 대상으로 음악교실을 하면서 저녁에는 헬스장 트레이너로 일한다. 직장을 다니며 유튜브를 하거나, 계약직으로 일하며 블로거 활동을 하는 친구도 있다.

본캐와 부캐를 가진 건 인천시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취재 결과 제9대 인천시의회 의원 중 절반 가까이는 보수를 받는 직업이나 직책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0명 의원 중 38명이 겸직 신고를 했는데, 이들 중 19명은 보수를 받는 영리 목적의 겸직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약 6천만원의 의정비 외에도 다른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천시의회 의원 말고도 대표와 조합장, 이사, 한의원장 등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었다. 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도 있지만 일부 캐릭터는 정보공개청구 이후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방의원의 겸직이 불법인 건 아니다. 지방의원은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기관·단체 등 소속이 아니면 지방의회 의장에게 신고 후 겸직을 할 수 있다. 다만, 영리 겸직을 하는 이들의 본캐가 '시의원'이 맞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부캐로 여겼던 직업이 본업으로 바뀌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다. 겸직을 하는 시의원들에겐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적어도 임기가 끝나는 그 시점까지는 본캐와 부캐 사이의 거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시민을 대표하는 자리로서 그 중대함을 항상 인식하고 본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유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