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인근에서 폐지 줍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9월19일자 12면 보도=물가 오르는데 고물값은 내리막길… 힘 빠지는 리어카) 중 상당수가 영주권이 없는 중국 동포(조선족)인 현실 속에 이들은 비자제도의 허점 때문에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국내로 들어와 장기 거주하는 중국 동포 중 만 60세 이상은 대개 F4 비자를 취득한다. 만 60세 이상일 경우 비자 취득을 위해 필요한 한국어능력입증서류와 범죄경력증명서 등의 제출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방문취업비자(H2)는 대상자가 만 18세 이상부터 만 60세 전까지의 외국인이기에 노인들은 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문제는 이렇게 취득한 F4 비자의 취업 허용 범위가 저학력·저소득층 노인이 근무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곳들이라는 점이다.
F4는 식당 매니저, 기능사 자격증 업무(용접) 같은 전문 직종 취업을 위한 비자로, 식당 서빙이나 경비원 등 단순 노무 업무에 종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고령인 동포 이주민들이 막상 F4 비자를 들고 가서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거리는 없는 셈이다.
식당일·경비원 취업조차 금지
도시빈민 전락 대책 마련 시급
실제 5일 오전 수원역 인근에서 만난 폐지 줍는 노인 중 다수가 본인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조선족"이라고 소개했다.
폐지를 줍는 일부 내국인들은 "이 일대에서 폐지 줍는 사람 열에 여덟은 중국인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국인 전용 직업소개소를 운영하는 박모(50대 중반)씨는 "현실적으로 조선족 노인들이 기술공이 되거나 사무실에서 일하기는 힘들다. 식당 일을 하면 불법이니, 어쩔 수 없이 폐지를 줍는 것 "이라고 이야기했다.
전문가는 고령 이주민이 취득하는 F4 비자 제도에 일부 허점이 있다 지적하며 빈곤 이주민 노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센터장)는 "빈곤 노인에 해당하는 중국 동포는 F4 비자 제도가 현실과 달라 발생하는 문제"라며 "생애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령 이주민들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