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쪼개기·페이퍼컴퍼니'… 규제 피해가는 전자담배 액상 제조·수입사

전자담배 판매점에 진열된 액상과 전자담배. /경인일보DB

전자담배 충전용 액상 제품(30㎖ 기준) 수백만 병을 만들어 전국에 유통하는 제조·수입사들이 '법인 쪼개기'나 '페이퍼컴퍼니' 등 수법으로 유해성 검사와 같은 규제를 피해간다는 의혹(1월 10일자 7면 보도=['담배 아닌 척' 니코틴 불법유통·(3)] 페이퍼컴퍼니에 '쪼개기 법인'까지)이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현행법상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모호해 정부의 관련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환경부가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월 신규 화학물질인 합성니코틴(전자담배 용액 제조용)을 제조·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을 전수조사했다. 유해성 검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록(연간 제조·수입량 100㎏ 이상)' 대신 '신고(〃 100㎏ 미만)' 의무만 갖는 29곳 업체 중 법인을 쪼개거나 페이퍼컴퍼니를 악용한 걸로 의심되는 15곳을 점검해 1곳을 고발, 2곳엔 과태료를 부과했다.

처분받은 업체는 3곳에 그쳤으나 15곳 전부에서 법인 쪼개기 등으로 인한 '등록 의무 회피' 정황이 확인됐다. 대전에 위치한 W사 등 7곳 업체의 경우 법인명은 서로 달랐는데 법인 대표는 이중 4곳은 A씨, 3곳은 B씨로 같았다. 인천의 N사와 K사, Y사를 포함한 7곳 업체 역시 법인명만 다를 뿐 사무실은 같은 건물을 쓰거나, 자사 대표를 역임하면서 타사 사내이사나 감사를 동시에 맡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서 이들 업체의 각 제조·수입 물량은 전부 99㎏로, 등록 의무 대상인 100㎏을 가까스로 피해가고 있었다.

다만 이처럼 1곳의 업체나 다름없으면서 여러 법인으로 운영되는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법(화학물질등록평가법)은 사업자등록번호로만 법인들을 구분할 뿐 지인·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을 활용해 법인을 나눠 신고한 경우를 규제할 조항이 없다.

이에 이수진 의원은 "고농도 니코틴 용액으로 인한 인체나 환경 유해성 검사를 받지 않으려 법망을 피하는 업체들이 수십 곳에 달한다"며 "처벌 근거를 마련할 법률 개정은 물론 이번 조사로 탈법행위가 적발된 업체에 책임을 물을 대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번 전수조사로 드러난 전자담배 용액 제조·수입사들의 탈법행위 재발 방지를 위한 화평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김준석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