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안양에서 피해 여성 자택 주변을 배회한 남성(10월5일자 7면 보도=접근금지 기간 끝난 스토커, 다시 집앞 배회)이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한 달 전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접근 금지 등 조처가 내려졌지만, 긴급조치 기간이 끝나자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선, 지난달 27일 의왕에서는 헤어진 연인의 직장과 자택을 찾아가 폭언을 한 남성(9월28일 인터넷 보도=두달 간 헤어진 연인 스토킹하며 폭언 일삼은 50대 남성 체포)이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선고 형량이 집행유예, 벌금형 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됨에 따라 피해자에게 합의를 요구하는 보복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범죄 저지른 경우만 실형 선고
경인일보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21일부터 수원지법에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선고한 1심 판결문 14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4명의 피고인은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사건이 종결됐고, 2명은 벌금형, 6명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실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2명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경우 심리가 종결됐다.
재회를 요구하며 70여차례에 걸쳐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오늘부터 보복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문자로 공포심을 유발한 사람, 문자를 보냈음에도 답이 없자 피해자 자택 내부를 들여다보고 현관 앞까지 찾아간 이, 피해자 자택 초인종을 수 회 누르고 현관문까지 두드린 피고인 등은 모두 처벌받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했다'고 지적했지만, 현행 스토킹 처벌법에 따라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합의를 종용하는 이른바 '합의 스토킹'이 발생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이들 중에는 스토킹 범죄로 인해 긴급응급조치를 받은 적이 있거나, 피해자 자택을 침입(주거침입죄)해 조사를 받고 잠정조치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이도 있었다.
반의사불벌죄 따른 사건 종결도
그러나 법원은 이들 피고인이 각각 벌금형 이외 처벌 전력이 없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초범인 점 등을 참작 요소로 들며 형 집행을 유예했다.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실형 선고는 잠정조치 및 긴급 응급조치 기한 중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해당됐다. 이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경우였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는데, 이들 피고인은 징역 1년(스토킹 처벌법 위반, 주거 침입 등 혐의)과 징역 8월(스토킹 처벌법 위반)을 각각 선고받았다.
한편 같은 기간 재범 우려가 있는 이들에게 경찰이 집행한 긴급 응급조치와 잠정 조치(경기 남부권 기준)는 각각 578건, 905건에 달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