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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경제산업부 기자
직장인에게 10월은 행복한 달 중 하나로 꼽힌다. 5대 국경일인 개천절과 한글날이 있어서다. 이번 개천절과 한글날은 모두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대다수 직장인이 월요일까지 쉴 수 있었다. 올 1월 시행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경일 등 공휴일이 토·일요일 또는 다른 공휴일과 겹칠 경우, 대체공휴일을 지정해 운영할 수 있어 가능했다.

국경일은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법률로 지정한 날이다. 개천절은 단군이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한글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국가에서 지정한 기념일이지만, 그 의미를 헤아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2019년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천국이 한글날을 맞아 회원 3천359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도 안되는 38.5% 정도가 한글날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결과가 발표된 지 3년이 지난 만큼 최근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SNS에서 '한글날'을 검색해봤다. 576돌을 맞은 한글날을 기념하는 게시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글날'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해 마지막 대체공휴일을 즐기고 있는 게시물이 주를 이뤘다. 그저 '빨간날'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더 많은 광경이었다.

이는 기업들도 마찬가지. 올해 한글날 기념 마케팅을 펼친 국내 기업은 손에 꼽힐 정도다. 한글 로고를 선보인 삼성, 네이버, 다음, 줌을 비롯해 한글 서체를 배포한 농심, 순우리말을 알리기 위해 안다미로(그릇에 넘치도록 많이) 캠페인을 펼친 도미노피자 등에 그쳤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 날아온 '핼러윈'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는 기업은 한두 곳이 아니다. 핼러윈 음료를 내놓는 커피전문점부터 편의점, 백화점, 호텔, 게임업체까지. 핼러윈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 곳을 찾는 게 빠를 정도로 적지 않은 기업이 핼러윈에 '진심'인 모습이다. 한글날보다 핼러윈에 푹 빠진 기업들의 행보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윤혜경 경제산업부 기자 hyegyung@kyeongin.com